지난 2018년 2월에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주 52시간 근무’ 시대가 시작됐다. 지난해 7월부터는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하루 8시간씩 5일, 여기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한 52시간이 1주에 일할 수 있는 최대 노동시간이 됐다. 기존에는 1주일에 최대 68시간까지 노동할 수 있었는데, 16시간이 줄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시점은 사업장 종사 인원수별로 조금씩 다르다. 300인 이상 사업장과 정부 및 공공기관은 지난해 7월부터 이미 적용이 됐다. 그리고 50~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50인 미만은 2021년 7월부터 순차적으로 적용을 받는다.

단, 육상운송업과 수산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서비스업, 보건업 등 5개 업종에 대해서는 특례를 인정하되, 특례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11시간의 연속 휴식을 보장하도록 했다.

근로자들을 장시간 노동에서 해방해 ‘휴식이 있는 삶’, ‘일과 생활의 균형이 있는 삶’을 보장하겠다는 개정 노동법의 취지는 제대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런데 서귀포의 근간인 감귤산업이 위기에 처할 상황이니 문제가 간단치 않다. 서귀포의 농협들은 대부분 30인 이상 300인 미만 규모의 사업장에 속한다. 당장 7개월 후에는 개정 노동법 적용을 받는데, 무엇보다도 감귤거점산지유통센터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 만약 감귤출하에 차질이 생기면 연말과 설 연후 대목에 감귤을 출하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은 농촌에 재고가 쌓여 감귤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농협은 12월 중순부터 설 대목까지 산지유통센터를 1일 16시간 이상씩 가동해야 감귤을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선 농협의 유통 담당자들은 감귤 유통이 본격화되면 하루 8시간 작업으로는 농가가 생산한 감귤을 절반도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당국자들은 농협이 직원들을 많이 고용해 3교대로 작업을 하라고 권고하지만, 그렇게 농협별로 200명 이상을 추가로 고용할 만한 인력이 농촌에 남아 있지도 않고 근로자들도 잔업이 없을 경우 임금이 적기 때문에 취업을 기피하는 실정이다.

원희룡 지사가 지난 7일에 농협 현장을 방문해 조합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에 주 52시간 근무제의 예외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건의했다”라고 밝혔다.

이정도 가지고는 부족하다. 행정시와 지역농협, 국회의원들이 나서 고용노동부 등을 설득하고 제주 감귤 출하의 특수성을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귤산업이 공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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