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노인성에 제례 지냈던 서귀진 ‘노인성단’ 실재했던 사실 처음 밝혀져

출처 : 국립제주박물관 『무병장수의 별 노인성, 제주를 비추다』. 142~143쪽

도내에서는 유일하게 서귀진에 무병장수의 별 남극노인성에 제의를 행하였던 노인성단(老人星壇)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지금까지는 제주도는 남극노인성의 정기가 비추는 곳이라고 『조선왕조실록』 등에서 밝히고 있고, 『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은 이 별을 보기 위하여 백록담에 세 번이나 등정했다고 기록했다.

영주 12경의 하나인 서진노성(西鎭老星)은 무병장수의 별 남극노인성이 서귀포에서만 보였고, 서귀진에서 노인성을 바라보는 풍광을 말한다.

이 서귀진성 안에 무병장수의 별 남극노인성에 대하여 봄과 가을 두 차례 국가의례로 노인성제(老人星祭)를 지냈던 노인성단(老人星壇)이 있었음이 최근 확인됐다.

『조회훈령존안(照會訓令存案)』 자료에 따르면 1904년 1월 14일 당시 정의현 전 주사 변붕노(邊鵬老)의 청원에 의하여 내장원(內藏院) 훈령으로 노인성단을 수리하고 성단을 보호하는 노인성각(老人星閣)도 새롭게 신축됐다.

이와 같은 사실은 국립제주박물관(관장 김유식)이 지난 3월 18일부터 6월 16일까지 개최한 특별전 ‘무병장수의 별 노인성, 제주를 비추다’의 자료집 142쪽 『조회훈령존안(照會訓令存案)』을 통해 확인이 되었다. 사단법인 탐라문화유산보존회(이사장 윤봉택)가 전시회를 후원했다.

『조회훈령존안(照會訓令存案)』은 서울대학교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되어 있는 필사본으로서, 1904년 1~2월 사이에 지방에 전달한 훈령을 모아둔 고서이다. 본 자료에는 다음과 같이 서귀진에 남극노인성단이 있었고, 성단을 수리하고 노인성각을 신축하게 되는 연유를 밝히고 있다.

 

<원문>

訓令

現接本郡居前主事邊鵬老請願書

則內開에 本郡西歸鎭星壇은 漢拏山之南麓이요 老人星之所臨이라

當初設壇이 寔出祭星之義而現令修築年久에 風雨侵頽하옵고

鷄犬汚穢하야 遂使至靈之地로 不潔이 眞甚하오니

右星壇을 別加修築하고 其上에 營建閣宇하야

以寓華封祝

聖之忱고져허오나 不敢擅便하야 玆以請願하오니

特使本人委任하옵고 准此訓飭하시와 本人이 自擔幹役하고

修築星壇而俾伸爲祝之忱케하심을 伏望等因을 准査한즉

今此邊鵬老가 自擔建閣에 欲伸祝

聖함이 究其忱誠에 殊甚可嘉이기로 依願許施하고 玆庸訓令하니

到卽其築壇建閣之節를 使之恪動擧行하야 盡誠爲 祝케함이

爲宣事

光武八年 一月十四日

內藏院卿 李容翊

旌義郡守 蔡洙康 座下

 

<번역/윤봉택>

훈령

현재 정의군에 살고 있는 전 주사 변붕노가 보내온 청원서.

그 내용을 살펴보니, 정의군 서귀진에 있는 노인성단은 한라산 남쪽 기슭으로서, 무병장수의 별 남극노인성의 정기가 비추는 곳이라. 처음에 노인성단을 설치한 것은, 참으로 신령스런 노인성에 대하여 춘추로 노인성제를 지내기 위해서였으나, 지금은 성단을 수축한지가 오래되어 비바람에 무너져 훼손이 되었으며, 주변은 닭이나 개들의 분비물로 더렵혀져 있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신령스런 성단이 참으로 불결하게 되었으니, 이제 노인성단을 별도로 수리하고 그 위에 성단을 보호하는 노인성각(老人星閣)을 지어 화봉(華封)의 삼축(三祝)을 드리며, 임금님의 무병장수와 국운 융성을 위하고자 하오나, 감히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서, 이에 청원을 드리오니, 특사를 저에게 위임하여 주시옵고, 이 일을 승인하여 주시어, 저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고, 노인성단을 수축하여, 무병장수의 축원을 할 수 있도록 하여 달라는 청원서 내용을 살펴보니, 지금 정의군에 살고 있는 전 주사 변붕노가 스스로 노인성단을 수리하고, 그 위에 노인성각(星閣)을 지어, 임금의 무병장수를 축원하겠다고 하는, 그 지극한 정성과 그 마음이 매우 가상 하기에, 청원하는 내용 그대로 허락하며, 이에 훈령으로서, 그대를 서귀진 노인성단을 수축하는 자로 삼고자 하니, 훈령을 받는 즉시 노인성단의 수축과 성각(星閣)을 짓는 시기를 정해 거행하도록 하고, 노인성제를 통해 성심을 다해 축수(祝壽)를 하여 모두를 이롭게 할지라.

광무 8(1904년)년 1월 14일

내장원경 이용익

정의군수 채수강 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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