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집회 열고 “사용자 측이 단체협약 번복했다”고 주장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본부 감귤지회가 26일, 본점 입구에서 집회를 열고 사용자 측이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신임 조합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감귤농협(조합장 송창구) 노사갈등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용자측이 오히려 탄압을 노골화하며 갈등을 부추긴다는 게 노동자 측의 주장이다.

제주감협은 지난달 26일 오전, 새로운 상임이사를 선출하기 위해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총회결과, 전임 전모 상임이사가 단독 출마해 연임에 성공했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본부 감귤지회(지회장 오성권, 이하 감협노조)는 이날 대의원대회가 열리는 본점 입구에서 집회를 열고 사용자 측이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성권 지회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이 집회에 참석했고, 민주노총 제주본부 김덕종 본부장과 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본부 임기환 본부장 등을 포함해 지역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함께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오성권 지회장은 대회사에서 “감귤조합의 새로운 지도자가 전임 사용자와 노동자간 대립과 갈등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 노사가 상생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한 후 “그런데 기대감은 사리지고 허탈과 공허만 그 자리를 채워 분노가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감귤농협은 노사가 지난 2017년 단체협약에 합의했던 사항을 모두 번복했다”라고 주장한 후 “사용자가 노동자와의 갈등을 조장하겠다는 생각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본부 임기환 본부장은 “지난 선거로 조합장이 바뀌면서 많은 분들은 이제 감귤농협이 변화하겠다고 기대했다”라고 말한 후 “송창구 조합장은 취임직후 4월내에 단체협약과 그동안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는데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안개에 싸인 감귤조합. 임기환 본부장은 감귤농협의 노사관계가 마치 안개와 같다고 말했다. (사진은 장태욱 기자)

임기환 본부장은 “오늘 안개가 많이 끼었는데, 이 안개가 송창구 조합장이 취임 후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감귤농협의 미래라고 생각한다”며 “제주지역에 많은 농협이 있는데 어느 농협도 기존에 합의된 사항을 파기하고 재교섭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수년간 쌓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해 당선된 송창구 조합장이 직원들 임금을 올려줄 돈은 없다면서 조합의 경비로 노무사를 선임해 단체교섭에 나오도록 했고 노사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라며 “오늘 대의원대회에서 상임이사를 선임할 게 아니라 노무사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앞으로 노사관계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주장했다.

감협노조 관계자는 “송창구 조합장이 당선된 후 노사관계가 전향적으로 개선되길 기대했는데, 오히려 사용자 측에서 노무사를 고용해 노조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 측은 김모 노무사를 선임해 지난 5월에 열린 마지막 교섭에 교섭위원으로 나오도록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무사들은 노사갈등이 극심해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등으로 사건이 회부되면 일거리가 늘어 수익이 늘기 때문에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라며 “협동조합의 사용자가 노무사를 선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2000년 초반에 양돈축협 사용자 측이 노무사를 선임했을 때 노조 탄압이 극심해졌던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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