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앞을 출발해 뜨거운 아스팔트길을 걸어 제주시에 도착한 300여 명 평화순례단이 3일 저녁 5시 종점인 제주시청 앞에 당도했다. 순례단은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얼굴을 붉게 달아올랐지만 뜨거운 호흡과 환한 웃음으로 서로를 위로했다. 이들은 삶은 감자와 달걀. 김밥으로 허기를 달랜 후 시민들과 함께 평화의 난장을 펼쳤다.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평화야 고치글라(평화야 같이가자)’ 범국민문화제가 오는 3일오후 5시30분부터 제주시청 앞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엠씨세이모가 흥겨운 랩 공연으로 무대를 열었다.

“돌고래는 알고 있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돌고래는 알고있어, 어떻게 살아해야 하는지”

엠씨세이모는 해군기지와 제주 제2공항, 비자림로 확장 등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경쾌한 노래로 더위에 지친 참가자들을 위로했다.

범국민문화제는 지난날 29일 강정마을을 출발해 5박 6일 일정으로 뜨거운 아스팥트 길을 걸어온 생명평화대행진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되는 행사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성산읍 주민들은 물론이고 쌍용자동차 복직노동자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활동가들, 볍씨학교 학생들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이 대행진에 참가해 제주에 평화의 땁방울을 남겼다.

강동균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반대주민회장은 연대사에서 “많은 시민들이 밀어줘서 걷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라며 “지난 12년 동안 싸움을 했는데 이번처럼 했으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에 제주도정이 제주항에 22만톤 크루즈선을 접안할 수 있는 쿠루즈 항만을 조성하려 한다”라며 “강정에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 대국민사기국임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강동균 회장은 “최근에 경찰청 조사에서 국가의 폭력이 모두 밝혀졌다”라며 “저는 제주도에 진정한 평화가 올 때까지 계속 걷겠다. 여러분도 한반도의 보물인 제주도를 위해 함께 해주시라”고 당부했다.

강원보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은 “국토부가 시간을 끌다 기본계획을 고시하려 하고 있다”라며 “이에 저항해 줄기차게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주도와 제2공항 관련 토론회를 열기로 합의했는데, 제주도가 토론에 나오지 않고 용역진을 보내겠다고 한다”라며 “토론에 임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강원보 집행위원장은 “이곳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를 퇴진시킨 곳이다”라며 “마음 같아서는 문재인 정부의 심장이 철렁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4‧3을 소재로 뮤지컬을 만들어 공연하면서 제주와 인연을 맺은 극단 ‘경험과 상상’이 구럼비와 평화를 주제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경험과 상상’은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여기에 계신 모든 분들이 힘이고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문상빈 제2공항 반대 도민행동 집행위원장은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는데, 제주해군기지에 있는 해군함정은 다시 어디론가 피난을 갈 것이다. 태풍도 견디지 못하는 게 해군기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2공항 매입부지는 총 230만평인데, 그중 80%가 과수원과 전이다. 매입 예상가가 평당 30만 원 정도다”라며 “땅을 빼앗긴 농민들이 갈 곳은 없다. 농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가수 임정득이 ‘땡큐’라는 노래로 주민들에게 연대의 힘을 더했다.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야. 당신이 없었더라면” 가사처럼 주민들은 노래가 진행되는 동안 서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7월 29일 강정 제주해군기지를 출발한 대행진단은 남원, 표선, 성산, 구좌, 조천을 거쳐 8월 3일 제주시청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이번 대행진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제2공항 반대 성산읍대책위원회 등이 공동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