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고전 맛보기⑲]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검은 고양이>

The shape was changing. Its sides were becoming straighter and straighter. It was beginning to look more and more like an object. After a few more weeks, I saw what the shape was. There, on his front, was the shape of an object I am almost too afraid to name. It was that terrible machine of pain and death —yes, the GALLOWS!

그 모양은 변하고 있었다. 자국의 옆은 점점 직선으로 변했고 사물의 모양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주가 더 지나자 그 사물이 무엇인지 알았다. 이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다. 고양이의 앞에는 이름을 부르기 조차 두려운 사물의 모양이 있었다. 무시무시한 고통과 죽음의 장치, 바로 교수대였다.

검은 고양이.(사진은 pixabay)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는 1809년 미국 보스턴의 가난한 순회극단 배우였던 양친 사이에서 태나났다. 부모가 일찍 돌아가는 바람에 고아로 지냈고, 제대한 후에는 숙모인 마리아 클렘 부인에 의지해 살다가 숙모의 딸 버지니아 클렘과 결혼했다.

그는 젊어서 잡지사 편집인으로 활동하다가 1845년, 시 ‘까마귀’를 발표해 시인으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런데 1842년에 아내 버지니아가 각혈을 시작하며 건강이 악화되더니 1847년에 사망하고 말았다.

일찍 부모를 잃은 상실감과 어린 아내의 투병과 죽음은 그의 삶과 글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알코올 중독이나 아편 중독이 그의 삶을 지배했고, 그의 글에는 죽음이나 사형수, 광기와 같은 어두운 주제들이 묻어 있다.

<검은 고양이(The Black Cat)>는 유죄를 선고받고 교수형을 기다리는 살인자의 고백에 관한 단편소설이다. 소설 속 화자(narrator)는 플루토(Pluto)라는 검은 고양이를 본래 키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가족이자 친구로 애정을 갖고 있었는데, 음주벽이라는 악마의 지배를 이기기 못하며 모든 게 변해갔다. 아내에게는 욕설과 손찌검을 행사했고, 기르던 동물들도 학대했다.

그리고 어느 날 고양이가 놀라 할퀸 상처로 인해 분노하고 증오와 취기로 고양이의 눈 하나를 도려냈다. 그 후 고양이의 눈은 상처가 아물며 흉하게 변했는데, 고양이는 더 이상 화자를 따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분노한 화자는 고양이 목에 줄을 묶고 나무에 매달아 죽였다. 플루토를 나무에 목매달아 죽이면서도 죽일 만한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심적 고통에 눈물을 보인다.

화자는 술 취한 어느 날, 플루토를 닮은 고양이를 집에 데리고 온다. 플루토에 대한 행동을 삭제하거나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서 플루토를 죽이기 전 가정의 질서를 회복하기를 소망했다.

고양이는 주인에게 달라붙어 온갖 애교를 부렸다. 그런데 화자는 이 고양이에게 실증과 귀찮음이 느껴지더니 어느새 증오가 싹트기 시작했다. 화자는 두 번째 고양이도 쳐 죽기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한편으로는 첫 번째 살생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는 어느 날 지하로 내려가는 길에 도끼를 들어 고양이를 내려치려는 욕망에 휩싸였는데, 아내가 말리는 통에 차마 행동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런데 분노는 말리는 아내를 향했고 도끼는 아내의 머리를 향했다.

그는 살인을 감추기 위해 아내의 시체를 지하실 벽 속에 넣고 발라버렸다. 그리고 경찰의 조사도 태연하게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경찰 일행이 조사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순간 화자는 횡설수설 지껄이며 아내를 암장한 벽을 두드렸다. 순간 벽이 허물어지며 썩고 피가 엉겨 붙은 시체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체의 머리 위에는 고양이가 노여움의 외눈을 번뜩이며 서 있었다.

소개한 대목은 두 번째 입양한 고양이의 가슴에 있는 반점에서 교수대를 떠올리는 장면이다. 교수대를 자신이 플루토를 죽인 살인의 도구이자, 장차 자신이 맞이할 고통과 죽음의 상징이다. 화자는 고양이 몸에 새겨진 반점을 통해 첫 번째 살생에 대한 두려움, 자신이 굴복하게 될 또 다른 파괴를 향한 욕망, 그로 인한 맞을 죽음 등을 떠올리고 있다.

제주도에서 발생한 전 남편 살해사건이 오래도록 뉴스의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한 여성 주변에서 두 사람이 불행한 죽음을 맞았고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의 삶은 황폐화됐다.

생명에 대한 파괴는 불행을 낳고, 불행 이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욕망은 새로운 파괴를 낳을 뿐이라는 사실, 소설 <검은 고양이>가 이미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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