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신문이 만난 사람] 청와대와 각 정당에 보낼 진정서 준비하는 강석호 씨

신산리 강석호 씨가 최근 제2공항과 관련해 청와대에 제출할 진정서를 준비하고 있다. 강 씨는 제2공항 추진 과정의 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준비했는데, 사진촬영과 해외 자료 번역 등을 모두 손수했다고 밝혔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성산읍에 살고 있는 70대 노인이 제2공항 추진과정에서 국가가 불법적인 절차를 밟았다며 청와대와 정당 대표들에게 보낼 진정서를 준비하고 있다.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국제 기준에 맞게 주민참여를 보장한 않은 점 ▲후보지별 평가가 공정하지 않은 점 ▲성산 후보지의 비적합성 ▲원희룡 도정의 폐쇄 행정 ▲제주공항의 보완으로 관광객 수용 가능 등의 내용들을 14페이지 분량의 진정서에 담았다.

진정서를 작성한 강석호(74) 씨를 14일 오후, 신산리 한라봉 농장에서 만났다. 강석호 씨는 농장 창고 2층에 마련된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아내의 건강이 좋이 않아 부득이 농장 마당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강석호 씨는 진성서 외에도 그동안 국토부에서 작성한 예비타당성조사보고서, 반대측에서 작성한 보고서, 직접 촬영했다는 공군의 비행훈련 장면, 한때 유력 후보지였던 신도 후보지 현장 조사 사진, 신문 기사 등 방대한 첨부자료들도 보여줬다.

-연세도 많으신데 많은 자료를 준비하셨다.

“나만큼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연구한 사람 없을 거다. 법률 조사, 현장조사 다 혼자했다.”

-국제기준 입증자료도 있는데, 영문을 누가 해석해줬나?

“내가 사전 찾아가면서 번역했다.”

-그러면 영어는 어디서 공부했나?

“난 공무원 출신이다. 공무원 일 하다보면 문서를 작성하고 이해하는 일에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국가가 일을 합법적으로 하면 이럴 필요가 있나? 국가가 법을 어기고 절차를 무시하면 주민들이 어떻게 따를 수 있나?”

-제2공항 평가에 문제가 크다고 했다. 간단히 설명하시면?

“평가에 9개 항목이 있는데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게 환경과 다른 공항과의 공역, 소음 등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이 성산에는 축소됐다. 경관과 생태 등 환경과 관련해 성산에는 30점 만점을 줬다. 30점 만점이란 공항을 건설하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는 평가인데 말이 되나?

성산 후보지가 공군 훈련 공역이 겹쳐도 평가 점수에서 30점 만점을 줬다. 그래서 공군이 훈련하는 장면을 찍었다. 이런데도 공역이 겹치지 않다니. 엉터리다. 이런 게 제대로 평가됐다면 성산은 꼴찌가 됐을 거다. 신도 후보지는 활주로를 방향을 틀어서 녹남봉을 영향권에 넣어 환경 훼손 문제를 제기했고, 신도, 무릉, 영랑 일과를 소음 피해지역에 집어넣고 소음문제로 점수를 깎았다. 안개일수도 문제가 많다. 성산지역은 성산기상청 자료를 인용했는데, 성산기상청에 직원이 없을 때가 많아 안개 측정이 잘 안 됐고, 정석비행장은 비행장 자체조사 결과를 반영했는데, 안개일수가 아니라 기상악화일수다. 비교가 공평하지 않았다.”

-성산이 공항 적합지역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나?

“철새도래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천미천에 바다갈매기가 서식한다. 그런데 조류학자가 방문해서 바다갈매기는 몸집이 크기 때문에 비행기 엔진에 들어가면 큰 사고가 나기 때문에 공항 적합지역이 아니라고 했다.

여긴 밤에 뻐꾸기와 종달새, 부엉이, 소쩍새 소리가 나는 곳이다. 반딧불이도 돌아다닌다. 희귀종들이 많다. 땅을 파면 굴이 나오는데 이런 걸 조사하지 않았다. 공항을 짓다가 이런 문제들이 불거지면 공항 공사를 중단할 건가? 이런 나라가 있나?”

강석호 씨.(사진은 장태욱 기자)

-공항이 들어서면 가장 큰 문제가 뭘까?

“주민들은 아직 실감을 못 하지만 소음이 큰 문제가 될 걸로 본다. 주변이 모두 과수원인데 공항 주변 3Km 지역은 새들을 유인할 수 없도록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공항 보안등 때문에 식물 웃자람 현상이 나타나 농사가 되지도 않는다. 주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농가들은 세금 폭탄을 맞았다. 그런데 농지가 평당 100만 원이라고 하는데, 1만 평이면 100억이다. 그러면 없는 사람들 살맛이 나겠나?”

-진정서에는 원희룡 지사에 대한 섭섭함도 담았다.

“2015년 성산읍 제2공항이 발표되는 날, 원희룡 지사는 ‘나도 여기가 공항 예정지로 될 줄 몰랐다’고 했다. 그리고 경제단체, 토목단체 등을 동원해 추진단을 만들고 현수막 게시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그리고 피해지역 주민들 만나지 않고 찬성단체 사람들만 만났다.”

-이번 진정서에 노인들이 같이 이름을 올린다고 했다.

‘반대지역 가운데 신산리 노인회원이 250명, 수산리 230명, 난산리 170명 등인데 합하면 600명이 넘는다. 3개 마을 노인 대표로 내가 진성서를 올리는 것이다.“

-혹시 노인들 가운데 찬성이 분들도 있을 텐데.

"공항이 들어서면 여기 못살게 되는데 누가 공항에 찬성하겠나? 찬성하는 사람들은 외지에서 온 사람이다. 땅을 샀는데 땅값이 폭등하니 찬성하는 거다.“

강석호 씨는 진정서는 모두 작성했는데, 첨부자료를 다 복사하지 못했다며, 19일까지는 복사를 마무리하고 진정서를 우편으로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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