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일, 전국 12개 신항만에 대한 중장기 개발계획을 담은 「제2차 신항만건설기본계획(2019~2040)」을 확정했다.

지난 1997년 최초 고시 이후 22년 만에 수립된 기본계획이다. 전국 12개 신항만에 대해 2040년까지 재정 16조819억 원, 민자 25조7734억 원 등 총 41조 8553억 원을 투자해 부두 총 119선석, 배후부지 3956만㎡을 조성한다.

「제2차 신항만건설기본계획」에는 기존 10개 신항만에 제주신항, 동해신항 등을 추가로 지정했는데 그중 제주신항에는 중장기적으로 크루즈 등 해양관광 기반시설(인프라)을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총사업비 2조8760억 원을 투입해 22만 톤급을 포함한 크루즈 4선석, 국내여객 9선석과 130만㎡ 규모의 배후단지를 조성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원도심과 연계한 ‘해양관광 허브 항만’으로 육성해 2040년에는 470만 명의 크루즈 및 국내 연안여객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제주특별자치도는 원희룡 지사가 국회의원과 지역 언론 등과 함께 최근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 국회를 잇달아 찾아 제주신항만 개발지역 필요성을 호소한 결과라고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그런데 제주신항만 계획에 비교하면 강정에 있는 서귀포크루즈항의 현실은 너무 초라하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2017년에 작성한 도선법시행규칙에 대한 ‘규제영향분석’에 따르면 서귀포항 강정지구는 항로 폭이 좁고(187미터), 불규칙한 기상여건(수시 계절풍․돌풍 발생, 겨울철 강한 북서풍․시계불량 등) 등 열악한 항로와 외해라는 조건으로 대형 크루즈선의 입출항에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나타났다. 그리고 크루즈선은 예선․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물론 강정지구 입출항 항로에 근접해 조업하는 어선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안전항행에 위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시됐다.

게다가 서귀포크루즈항은 항구 주변에 시장이나 문화시설 등이 갖춰지지 않고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정부의 관심과 투자가 없다면 서귀포크루즈항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해군은 최근 제주해군기지 민군공동시설을 지휘․행정․지원 시설이 위치한 육상(44만㎡)을 통제보호구역으로, 민군복합항 항내수역과 크루즈부두 방파제 끝단을 포함한 영역(73만㎡)을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제주자치도와 이 문제를 놓고 논의하고 있는데, 계획대로라면 크루즈항의 발전에는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국방부장관과 국토해양부장관, 제주도지사 등이 지난 2009년 4월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군사기지 기능과 더불어 크루즈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당초 약속했던 크루즈항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 크루즈선이 서귀포크루즈항에 입항했지만 거기까지다. 이제 더 이상 승객을 태운 배는 오지 않는다.

도청 주변에서 샴페인이 터지는 동안, 강정과 서귀포 주민들의 실망은 커져만 간다.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10년 전 주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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