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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제주도농업기술원에 출근합니다[기고] 오희숙 농업기술원 비정규직노동자
서귀포신문 | 승인 2019.09.06 09:47
오희숙 씨.

제주도농업기술원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09년 9월로 기억됩니다. 작은 분식집을 접고 새로운 일을 알아보던 중 지인의 소개로 농업기술원을 알게 되었고, 비록 농사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었지만 세 아이의 뒷바라지를 위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로 양파, 마늘 품종 육성 및 종자생산과 관련한 일을 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관련된 일을 열심히 배워나가다 보니 제가 맡은 사업이외에도 원예연구과의 다양한 작물을 관리하는 업무도 맡게 되었습니다.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으로 저에게 주어진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해왔습니다. 저는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겠지’하는 희망을 간직하며 지난 10년 동안 묵묵히 일해 왔습니다.

하지만 제 소박한 희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해졌습니다.

제주도와 농입기술원은 올해 들어서 근로계약기간을 단축시켜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은 계속해서 재계약을 통해 일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안하겠다며 계약기간이 끝나면 나가라고만 합니다. 그리고 우려했던 일이 눈앞의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제주도농업기술원에서 함께 일해왔던 동료들이 ‘계약만료 통보’를 받고 사실상 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10여년을 제주도농업기술원에서 일해왔지만 단 한 번도 계약만료를 통보하지도 않았었습니다. 비록 기간제 계약직 신분이었지만 계속해서 일해 왔고 계약만료 통보를 받은 사실도 전혀 없었기에 받아들일 수도 없었습니다. 꿈일 거라며 현실을 부정해 봤지만 피할 수 없는 눈앞의 현실이었습니다.

희망고문이었습니다. 동료들의 빈자리는 너무나 컸습니다. 아무 대책도 없이 기간만료라는 통보를 받고 물러나야 하는 허망하고 억울한 동료들, 힘없는 동료들의 고통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조만간 계약만료 통지는 제게도 전해질 것입니다. 그 날은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기다릴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더욱 비참한 것은 엄습해오는 위협에 속수무책 무방비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바뀌고 여러 개혁안을 내놓을 때마다 항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빠지지 않는 주제였습니다. 저는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희망을 놓지 않고 기다렸으나 제주도와 농업기술원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저희 업무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라는 사실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고용도 안정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돈이 없답니다. 도에는 예산이 없어서 중앙정부로부터 출연금으로 받아 운영했다고 합니다.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제주도내 농가소득을 향상하고 농업경쟁력을 높여내기 위해 설립된 곳이 제주도농업기술원입니다. 예산이 없다구요? 그러면 제주도 농업은 어찌되는 것입니까? 신품종 개발이나 지역적응시험 등 우량계통을 생산해서 농가에 보급하는 것이 도정의 역할 아닙니까? 도내 농업경쟁력을 어떻게 높여 나가겠다는 것입니까? 다른 나라에 주는 비싼 로열티로부터 제주농업을 어떻게 지켜 내겠다는 것입니까? 때문에 저는 돈이 없다는 말은 신뢰할 수 없습니다.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농업의 경쟁력과 제주농업의 가치를 높여내기 위해 농업기술원의 역할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주도농업기술원에서 묵묵히 일하며 헌신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이 무엇인지 제주도의 노동자, 농업인이라면 한번쯤 관심갖고 들여다 볼 것이라 확신하며 목소리를 내어봅니다.

매년 진행되는 품종육성 사업이 어떻게 일시적인 일이 될 수 있으며, 묵묵히 열심히 일해 온 노동자를 어떻게 하루아침에 헌 신짝처럼 버릴 수 있을까요.

한결같이 내 일처럼 열심히 일한 동료들이 하루 빨리 복직되기를 기원하며 오늘도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하며 제주도농업기술원으로 출근합니다.

서귀포신문  sgp19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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