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업자, 대금 미지급에 억울해서 골프연습장 기둥 위 고공농성

고공농성이 끝나고 골프연습장 대표와 원청업자, 김 씨 등이 앉아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고공농성을 벌인 사업자가 가족과 경찰의 설득으로 농성을 풀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애초에 공사를 발주한 사업시행자가 원청업자에 공사대금을 지급했는데, 원청업자가 이를 하도급업자에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

10일 오후 4시 30분경, 건축업자 김모 씨가 골프연습장 기둥 30미터 높이까지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가족과 주변 업자들에 따르면, 김 씨는 최근까지 신축 골프연습장의 외벽공사를 맡아 시공했다. 골프연습장은 대부분의 공사가 마무리되어 개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확인결과 사업시행자는 기성금 대부분을 시공사에 지급했는데 원청업자가 대금을 하청업자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김 씨는 이날 시공비를 지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돈을 받지 못하자 억울한 마음에 맨손으로 골프연습장 기둥 꼭대기에 올랐다. 김 씨가 받아야 할 시공비는 4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기둥 위에 오르자 가족이 떠올랐고, 아내에게 화상으로 전화를 걸었다. 남편이 고공농성을 벌이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는 아내는 급히 경찰에 구조를 요청했다. 오후 5시 20분경이다.

경찰 20명과 소방대원 15명을 포함해 40여 명이 현장에 출동해 만일의 사고에 대비했다. 서귀포소방서는 현장에 펌프카와 고가차, 구급차 등을 배치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김 씨가 오른 기둥 아래에 에어큐션을 설치했다. 서귀포경찰서는 대원들을 주변에 배치하는 한편, 지인과 가족을 통해 김 씨에게 진정하고 내려올 것을 설득했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사업 시행자가 공사대금의 일부를 김 씨의 계좌에 입금했고, 김 씨가 이를 확인하고 나서야 119고가차를 이용해 안전하게 내려왔다. 경찰은 김 씨와 사업시행자, 원청업자 등을 대상으로 사건의 경위를 조사했다.

이후 사업시행자가 원청업자와 김 씨 등과 마주 앉아 분쟁의 해결방안 등을 논의했다. 사업시행자 측의 노력으로 원청업자와 김 씨 사이의 분쟁은 잘 해결된 걸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사업자는 “김 씨의 일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라며 “사업시행사가 대금을 지불했다는데 원청에서 하청에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받을 길이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사업시행자 측은 공사가 마무리되어 개업을 앞두고 있는데 이런 사고로 사업도 해보기 전에 이미지가 실추될까 우려스럽다며 원청업자와 하청업자 사이에 분쟁이 잘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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