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폐사 원인 ‘통신선’이라는 경찰 발표에 해군기지반대주민회 재수사 촉구

강정천.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원앙의 보금자리가 됐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강정천 상수원 보호구역은 원앙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원앙의 주식인 구실잣밤나무(제주어: 제밤낭) 열매가 강정천의 수원지인 넷길이소 일대에 자생하며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인간의 접근을 차단하는 펜스가 설치됐다. 원앙에게는 안락한 보금자리다.

조류전문가인 전북대 전임연구원 주용기 박사는 대략 500여 개체에 이르는 원앙이 강정천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무리의 원앙이 서식하는 장소일 것이라고 제시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원앙이 강정천에 서식하기 시작한 것을 안 것은 대략 30여 년 전이다. 당시는 수십마리의 원앙이 서식할 것으로 추측했는데,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원앙은 강정천 텃새로 자리잡으며 500여 개체까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반대주민회는 2019년 7월에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입도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원앙새의 서식이 누락되었음을 확인했다. 이후 주민과 활동가 6명으로 구성된 군사도로대응팀을 조직해 매일같이 강정천 생태조사와 대응활동을 벌여왔다. 그리고 그해 국정감사에서 김종대 의원실을 통해 이 진입도로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문제점을 질의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했다. 11월 12일에는 환경부와 문화재청, 영산강유역 환경청에 온라인으로 민원을 접수하였고 사실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반대주민회에 따르면 주민들이 원앙과 관련한 활동을 벌일 시기에 진입도로 제2강정천교 구간 공사 공정에서 상수원인 넷길이소에 다량의 오탁수가 유입되자 수자원공사는 공사를 중단시켰다.

반대주민회는 올해 들어서서 1월 2일 한 마리 원앙 사체가 제2강정천교 위에서 발견, 문화재청에 신고했다. 그리고 1월 10일 다수의 원앙사체가 발견되자 한국조류학회에 신고했다. 조류학회는 제2강정천교 부근에서 총 13마리의 사체와 산탄총 탄피를 현장에서 수거해 조사에 착수했다. 엽총사격에 의해 집단폐사가 이루어졌다는 의심이 충분한 상황이었다.

올해 들어 강정천 인근에서 원앙이 폐사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사진은 해군기지반대주민회 제공)

원앙의 폐사와 관련해 조사를 벌인 서귀포경찰서는 17일, 총상에 의한 사망이 아닌 통신선(전깃줄)에 걸려 죽은 것으로 발표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서귀포경찰서가 제주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6마리 모두 경추 절단과 가슴 근육 파열이 직접적인 사인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죽은 원앙 한 마리에서 산탄총 총알이 있었지만 녹슬고 이미 자연치유가 이뤄진 상태였다며 다른 곳에서 수개월 전 총상을 입은 흔적이라고 밝혔다.

현장 바로 옆에 위치한 한라봉 재배 농가 관계자의 진술도 한몫 담당했다. 농가는 원앙떼가 이동하던 중 농장 인근 에 설치된 통신선에 걸려 바닥에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의 이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반대주민회는 총에 의한 사망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이들은 20일 논평을 통해 “17일에는 강정천 하류에 해당하는 왕대왓 버스정류장에서 원앙 사체가 1구가 더 발견됐다”라며 “이 원앙도 날개에 총에 맞은 듯한 구멍이 뚫려 있음이 확인됐으며 조류학회가 수거해갔다”고 밝혔다.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입도로 공사현장. 해군기지반대주민회는 원앙의 집단폐사가 관광미항 진입도로와 연관이 있다고 의심한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반대주민회는 “만에 하나 전깃줄에 걸려 죽은 것이 맞다고 쳐도, 제2강정천교 인근 통신선에 걸린 원앙이 800m 남쪽인 왕대왓 버스정류장에서 사체로 발견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고, 날개에 뚫린 구멍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라며 경찰에게 되물었다.

반대주민회는 “경찰은 어떠한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재수사하여야 할 것이며, 문화재청과 환경부는 강정천 원앙 전수조사를 통해 강정천 상수원보호구역을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라”로 촉구했다. 그리고 “강정천 생태환경과 수질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입도로 공사를 전면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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