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오름 입구. 꼬마부터 청소년까지 자녀들과 함께 한 가족 등반객들이 많았다(사진=설윤숙 객원기자)
입구에서 정상까지 오르며 만나게 되는 숲의 풍경들(사진=설윤숙 객원기자)

 조금 쌀쌀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 14일 토요일,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나듯 두꺼운 패딩 점퍼를 두고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고 가벼운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솔오름’. ‘솔’은 쌀을 이르는 말로 미악(米岳)으로 사용되어 미악산이라고도 불린다.

코로나19로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마음껏 펴보려는 사람들로 40여 대가 넘는 차들이 주차장을 메우고 있었다. 솔오름 입구에서부터 마주친 가족 단위의 등산객, 오름을 오르며 숲에서 마주친 부부, 친구, 연인 등 청량함 가득한 파란 하늘과 눈부시게 반짝이는 햇살, 숲의 싱그러움이 모두의 몸과 마음을 개운하게 해주는 듯했다.

필자는 A코스로 올라 B코스로 하산하는 경로로 오랜만에 산행을 시작했다. 보통 1시간 남짓 소요된다던 솔오름 등반이 저질 체력을 가진 필자와 딸에게는 2시간여의 산행이 되었다. 조금 걷다 사진 찍고, 나무를 들여다보고, 산책길 옆에 있는 똥을 발견하고선 어떤 동물의 똥일까 궁금해하다 노래도 부르고 다리가 아프다며 종알종알하는 딸아이를 격려하며 정상에 다다랐다. A코스 정상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와, 좋다”는 감탄을 저절로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뒤편으로는 한라산이 바로 앞에 펼쳐지고, 앞으로는 서귀포 시내와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의 바다가 펼쳐진다.

정상에서 만난 한라산 풍경, 서귀포 시내 전경과 바다(사진=설윤숙 객원기자)

정상에서 만난 한 가족은 6학년인 큰아이부터 5살 꼬마까지 4명의 자녀와 엄마가 함께였다. “요즘 학교도 못 가고 집에만 있는데, 쉬는 날이고 날씨도 좋아 아이들과 함께 등반을 나왔어요. 전에도 종종 오던 곳인데 오랜만에 왔네요. 이렇게라도 바깥에 나오니 참 좋아요” 다람쥐처럼 날쌔게 산을 오르고 내려갈 때까지도 깔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아이들을 보니 나도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얼어붙은 겨울이 녹고 봄이 온 듯하다.

절기상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 생명이 기지개를 켜는 경칩이 지나고 춘분이 코앞에 다가왔다. 아직 꽃샘추위로 바람은 쌀쌀하지만 봄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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