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제주도농업기술원 행정사무관

오늘날 선진국일수록 가로미관에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한다. 그곳에 적응할 수 있는 가로수를 심고, 소공원을 조성하고 꽃길을 만든다. 그 중 가로수는 한여름 보행자에게 직사광선을 피하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공기정화, 온도조절, 미세먼지 확산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가로수는 여름에는 짙은 녹음을 주고 겨울에는 햇빛을 가리는 일이 없도록 도시공간에는 낙엽수를 많이 선택하지만,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 서귀포시의 가로에는 낙엽수보다 하귤 가로수가 일품일 것이다.

그 한 사례로 서귀포시 비석거리에서 5.16도로를 따라 토평마을까지 요소요소에 하귤 가로수가 드문드문 식재되어 있다. 엄동설한인 12월부터 익년 5월까지 다른 열매는 낙과가 되지만 하귤은 오상고절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것도 어린 아기 머리통처럼 크고 둥그런 노란색 열매가 탐스럽게 자태를 뽐낸다. 심지어 비바람이나 눈보라가 쳐도 무거운 열매가 끄떡없이 그대로 있으니 그 강인한 생명력에 감탄을 자아낸다.

필자도 제주인이지만 하귤이 심어진 가로수를 지날 때는 그 장관을 예찬한다. 더구나 육지부에서 온 방문객들은 이 하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인가 상상해 본다. 아마도 ‘아!’ 하고 탄성을 지르며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하리라. 한순간 남쪽나라 타국에 온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힐 게 불을 보듯이 뻔하다. 그 열매가 얼마나 탐스러웠던지 어떤 관광객은 슬쩍 몇 개를 따서 가져간 일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 행동은 금물이고, 눈으로 여러 사람이 즐겨야 한다.

이런 필요에 따라 서귀포시 도심지를 제외한 적정한 가로를 하귤 가로수를 식재했으면 하고 제안을 해본다. 그런 하귤이 매달린 거리를 지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많은 추억을 만들어 낼 것 같다.

서귀포시는 감귤 재배의 최적지다. 귤과 관련된 이벤트로 하귤거리를 조성하면 그것은 겨울철에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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