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이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 서귀포시 유권자 15만3167명 가운데 9만771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율은 63.8%를 기록했는데 지난 20대 총선 투표율 59.5%보다 4.3% 높아졌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사태와 촛불혁명을 거치며 전국적으로 유권자들이 정치적 각성을 경험했다는 평이 사실로 확인됐다.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 분위기 속에서도 시민들은 선거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시민들의 보인 관심의 높이에 비례해 정치권의 책임도 무거워진다.

짧게는 지난 14일, 길게는 4개월 남짓한 기간 발이 부르트게 거리를 누볐던 현량들, 이들을 도왔던 지지자들은 이제 성적표를 받아들일 시간이다. 환희와 탄식이 교차한다. 승리한 자는 의회에 입성하겠지만 낙선한 자는 패배의 쓴 맛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동안 침체된 경제를 살릴 묘책, 고사 직전에 이른 풀뿌리민주주의를 회생할 방안, 지역에 활력을 도모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방안, 제주4·3특별법 등 현안과제를 해결할 방안, 지역 의료서비스의 질을 개선할 방안 등 여러 과제를 놓고 숫한 공방과 약속을 주고받았다. 이 약속들을 현실로 옮기는 무거운 짐은 이제 당선자의 몫이다.

그런데 환희와 탄식도 잠깐, 냉엄한 현실이 우리를 기다린다. 서귀포시민들은 지난 10년, 도청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면서 주민의 의견을 반영할 길이 없는 기형적 체제에 방치됐다. 미분양주택이 속출하고 농산물가격이 하락하며 지역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다. 코로나19로 관광객들이 감소해 업체들은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지 오래됐는데. 터널을 빠져나갈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는 해법이 없고 구 탐라대부지는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세월만 흘려보내고 있다. 게다가 국토부와 제주자치도가 추진한 제주 제2공항 사업으로 빚어진 갈등은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이 도시에서 정치와 경제가 동시에 고사하고 있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옥중수고>에서 “위기는 바로 오래된 것은 죽어 가고 있으나 새로운 것은 아직 탄생하지 못한 시기에 온다”고 했다. 지역을 떠받치던 농업과 관광업이 죽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좀체 눈에 잡히지 않는다. 제주특별자치도라는 낡은 시스템은 이미 효용이 다됐는데 새로운 방안은 나오지 않는다. 위기의 조짐들이 서귀포시를 감돌고 있다.

민주주의는 갈등을 엔진으로 하는 정치체계이며, 복수의 정당이 공공정책의 결정권을 획득하기 위해 경쟁하는 정치제도이다. 그동안 선거를 거치면서 현안을 충분히 이해했고 해결방안을 놓고 경쟁했다. 그 과정으로 엔진으로 삼아 한발 앞으로 나가야 한다. 이 도시를 더 이상 위기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선거 결과 서귀포시는 힘 있는 여당 재선 국회의원을 얻었다. 그리고 공석이던 도의원 세 명의 자리도 채워졌다. 4.15총선을 거치며 시민들은 새로운 서귀포시를 기대한다. 그 기대가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당선된 후보들에게는 축하를 고배를 마신 후보들에게는 위로의 뜻을 전한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