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에서 소형 보트를 타고 출발해 지난달 21일 태안 의항리 해변으로 밀입국한 중국인 일당 4명이 태안경찰서의 수사로 체포돼 이달 4일 구속되는 일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들은 전남에 있는 농장에 취업하기 위해 1인당 약 1만 위안(한화 약 170만원)씩 모아 소형선박과 연료 등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태안에 밀입국한 중국인들이 구속되는 날, 서귀포에서도 불법취업 외국인과 관련해 소란이 일었다. 민주노총 소속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4일 서귀포시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불법고용 등에 항의하며 시위를 펼쳤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현장에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한다는 제보를 받고 집회를 열었다라며 시공업체가 외국인들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철수했다고 말했다.

건설노조가 불법체류 외국인 고용에 기를 쓰고 반대하는 것은 내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도내 건설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나마 있는 것들도 값싼 외국인들의 차지가 되다보니 국내 노동자들은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것이다.

외국인들에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은 건축현장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한때 농촌에서 비닐하우스를 짓거나 보수하면서 생활비를 보충했던 일꾼들도 자리가 위태롭다고 하소연한다. 최근 FTA기금 비닐하우스 지원사업 규모가 갈수록 줄어 일꾼들은 일감을 찾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이 현장에 투입되면서 현지인들은 일터에서 내몰리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은 단속 권한이 없고 출입국외국인청은 단속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단속을 책임져야 할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제주사무소는 조사원 10명이 근무하는데 제보전화가 밀려와 현장조사 업무를 다 처리하기도 곤란한 실정이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금년 초 기준으로 제주에 1만여명 정도의 불법체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법무부는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 대책을 통해 이달 말까지 불법체류 외국인이 자진출국하는 경우 범칙금과 입국금지를 면제하고 출국 후 일정기간 경과 후 단기방문(C-3, 90) 단수비자 발급할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당근책을 발표했다. 그런 당근책에도 불구하고 노동현장에서 불법체류 노동자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역대 모든 정부들은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라고 강조하며 일자리 늘리기에 총력을 쏟았다. 하지만 불법체류자들을 방치해 현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잠식하도록 놔둔다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모든 정책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당근책을 발표했으니 이제 채찍을 마련할 차례다. 정부가 시한으로 제시한 기간이 20일 가량 남았다. 제나라 국민의 일자리를 지킬 것인지, 일자리 도둑의 공범이 될 것인지 정부가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제주자치도도 코로나19로 일시 중단한 무사증 입국제도를 이참에 폐기해 불법체류의 통로를 차단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