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가 1일 김태엽 시장에 임명장을 수여했다. 도의회 청문특위가 앞서 부적격 결정을 내린 것에 반하는 결정이라 비난이 이어진다.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김태엽 시장은 지난 32년 공직자로서 삶을 살았다. 공직자로 재직하는 동안 징계를 받지 않을 정도로 공직생활에 집중했다. 서귀포시부시장으로 마지막 임기를 마무리했는데, 임기 마지막까지 업무를 챙길 정도로 남다른 책임감을 보여줬다. 선후배 공직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아까지 않는 대목이다.

그런데 사생활이 발목을 잡았다. 우발적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3월에 일어난 음주운전 사고가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29일 열린 도의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는 음주운전 외에도 부동산 및 가족들의 거취 등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그 연장에서 인사청문특위는 김태엽 당시 서귀포시장 예정자에 대해 부적격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원희룡 지사는 1일 김태엽 시장 임명을 강행했다. 원 지사가 고민했다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비난이 쏟아졌다.

우선 도의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이 반발한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1일 논평에서 비리 의혹이 있음에도 서귀포시장으로 임명되는 것이 서귀포시민을 위한 것이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라며 원희룡 지사가 자신의 선거공신만을 챙기고, 중앙정치에 대한 야욕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회의 또 다른 파트너인 정의당 제주도당은 원희룡 지사가 제주도의회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사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것은 이번이 무려 네 번째라며 임명을 위한 들러리로 전락한 인사청문회 제도를 굳이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원 지사가 도의회 본회의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기도 전에 고심의 흔적도 없이 기습적으로 임명을 밀어붙인 것은 애초부터 도민 여론과 인사청문 결과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김태엽 시장은 임명 첫날 취임식도 생략하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 시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과오를 성찰하고 남은 재임기간 서귀포시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질 급여도 반납하고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을 뜻을 밝혔다.

김태엽 시장이 임명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적합 혹은 부적합을 떠나서 쓴 맛이 가시지 않는 이유가 있다.

과연 시장 예정자 선정과 임명 사이에 서귀포시민들의 입장이 반영될 기회가 있었던가? 만일 있었다면 도의회 인사청문특위에 참여한 조훈배 위원장과 강충룡 의원이 서귀포시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는 정도다. 김태엽 예정자를 선정한 것도 제주시 연동에 소재한 도청 내부의 그들이고, 예정자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이들도 제주시에 있는 또 다른 무리들이다.

시장 선정에 시민들의 의사를 표할 길이 없는 꽉 막힌 구조, 이걸 깨지 않으면 서귀포 시민의 권리 보장과 서귀포시의 발전은 요원하다. 김태엽 시장 임명과 관련해 일련의 과정이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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