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가 서귀포항의 조망을 가리는 보안펜스의 높이를 대폭 낮추겠다고 밝혔다. 완전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과, 철거불가를 고수했던 일부 공직자 및 수협 등의 입장을 절충했다는 발표다.

서귀포항은 조선시대 이전에 홍로현에 속한 포구로, 탐라 백성들이 해외로 나갈 때 바람을 기다리는 곳이다. 서복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가 이 항구를 통해 떠났다는 설화도 전한다.

조선시대 들어 서귀포항은 항구의 기능을 사실상 유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은 서귀포항이 천혜의 항구임을 한눈에 알아보고 풍랑을 막기 위해 서쪽 방파제를 축조했고 인근에는 고래기지를 만들었다.

1차대전에 일본 공업이 호황을 누리자, 많은 제주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오사카로 떠났는데, 오사카로 향하는 여객선들은 어김없이 서귀포항에 들러 많은 주민들을 실어 날랐다.

해방이후 일제가 잠시 활력을 잃었지만 1958년에 동쪽 방파제가 축조됐고, 1971년에는 개장항으로, 1991년에는 무역항으로 지정됐다. 2009년에는 새연교가 들어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보고 즐길 거리를 더하고 있다.

행양수산부는 서귀포항과 문섬을 포함하는 일대를 해중경관지구로 지정해 스쿠버다이버를 중심으로 해중관광을 육성한다고 밝혔다. 서귀포항이 관광거점항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항만의 효율적인 운영 및 관리를 위해 전국무역항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데, 4(2021~2020) 서귀포항 기본계획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해수부는 제4차 기본계획에 서귀포항의 개발방향을 항만기능 재정립을 통해 관광미항으로서의 기능강화 및 연안여객선 유치 감귤 등 농축산물의 원활한 저장 및 반출을 위한 항만시설 확충 항만 주변 친수공간을 강화해 제주남부의 해양관광기지화 방파제 건설로 인한 항내정온도 확보 등이라고 정했다.

정부가 서귀포항에 관광미항의 기능을 강화하고 해양관광기지를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자치단체와 시민들은 그동안 사사로운 관계에 사로잡혀 조그만 변화도 만들지 못했다. 이제나마 펜스의 높이를 낮추겠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2009년 개정된 항만법은 지방관리항과 연안항의 경우에는 관리를 시·도지사에 위임하도록 하고, ·도지사는 다시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재위임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항만관리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위임해 지역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했다.

항만의 관리를 통해 지방자치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의 특수한 여건에 부합하도록 항만을 개발·관리하며 도시와 조화로운 계획을 수립해 도시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다.

서귀포항은 역사속에서 시민들의 눈물이 어린 곳이다. 도시의 이름이 서귀포항구에서 유래했듯, 도시의 심장이고 영혼이다. 이제 서귀포항에 대한 서귀포시민의 책임과 권리를 되찾을 때가 됐다. 시민이 주도적으로 이 항구를 어떻게 조성하고 활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