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주변이 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주차장 시설이 미비한 성판악 탐방로의 경우는 주말이면 주변 갓길이 주차장으로 돌변한다. 이로 인해 5.16도로 통행에 불편을 초래함은 물론이고, 사고발생 위험까지 높이고 있다.

한라산은 지리적으로 제주도 중심에 위치하며 제주를 상징한다. 지방도1139호선 1100도로, 지방도 1131호선 516도로 및 지방도 1115호선 제2산록도로와 같은 주요 간선도로가 한라산을 지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접근성이 매우 좋은 편이다.

지난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연간 한라산 방문객은 100만 명 정도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700명 정도가 찾는다. 성판악 탐방로를 이용해 등반하는 비율은 35.4% 정도로 가장 높다.

한라산국립공원 주차가능대수는 어리목에 149, 성판악에 72, 영실에 227, 관음사에 143, 1100고지에 24, 돈내코에 50대 등이다. 성판악 등반로는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등반로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여건은 매우 불리하다.

그러다보니 성판악을 지나는 5.16도로는 갓길은 주차된 차량들로 지옥을 방불케 한다. 특히, 주말이면 갓길 양쪽에 불법부차 승용차들이 길게 줄을 잇는데도 당국은 단속에 손을 놓았다.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런 사정을 의식했는지 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 12월에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 사전에 예약제 계획을 발표했다. 20202월부터 이들 탐방로를 통해 한라산을 오르는 경우에는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루 탐방예약 인원은 성판악 코스는 1000, 관음사 코스는 500명 이내로 한정했다.

금년 2월이 되서 사전예약제를 10여일 시행하더니 사전예약제 시행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지역경제 위기가 현실화됨에 따라,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 활력을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이후, 한라산에는 등반객들이 줄을 잇고 있고, 상판악 탐방로 주변 5.16도로는 다시 갓길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대를 지나는 운전자들은 불법으로 주차된 차를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드나들며 운전을 해야 한다. 제주자치도는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다. 행정기관이 주정차금지구역입니다라는 안내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도로변에 게시한 게 전부다.

지난 13일 아침에는 5.16도로에서 수악교 인근에서 승용차와 시외버스, SUV 차량 등 자동차 3대가 잇따라 부딪쳐 1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지만 큰 재난으로 이어질 뻔한 사고다.

5.16도로는 도로의 구조상 교통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 곳이다. 그런데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도로에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을 모른 체 방치하는 일은 도로의 통행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사고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무책임한 처사다.

5.16도로 불법주차를 줄이기 위해 제주자치도가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