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지난 14, 제주법정사항일운동 핵심 기념물인 기념탑과 의열사를 현충시설로 지정했다. 국가보훈처는 14‘2020년 제4회 현충시설심의위원회를 열고 탑과 의열사가 독립운동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해 국가 현충시설로 지정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기념탑은 항일운동 송치자 66인 형사사건과 수형인 명부와 법정사 항일운동에 대한 설명, 관련 기념조각들을 세긴 기념물이고 의열사는 거사에 참여해 송치된 66명의 신위를 모신 사당이다. 국가보훈처가 이 두 시설이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책임을 지고 들여다본다는 취지다.

법정사는 관음사의 안봉려관 스님과 김석윤 등이 1911년에 창건한 사찰이다. 거사를 기획한 김석윤과 강창규는 전라북도 위봉사에서 출가해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경험한 후 독립운동을 위해 입도했다. 불교인들은 법정사가 산속 깊은 곳에 위치했기 때문에 거사를 도모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판단했고, 1914년부터 무기를 준비하고 조직을 다듬으며 구국항일의 의지를 불태웠다.

강창규, 방동화 등 항일운동의 주역들은 1918107일 법정사에서 새벽 산길을 타고 내려와 도순리와 하원리, 월평리, 중문리, 영남리,대포리 등의 주민 수백명의 참여를 이끌어낸 후, 중문 경찰관주재소를 불태웠다.

거사가 실패로 돌아가자 당시 주도자들은 3.1운동 참여자들보다 더 무거운 형을 받고 수형생활을 할 정도로 강한 탄압을 받았다. 재판 전에 모진 고문으로 사망하는 사람도 생겼고, 수감중 옥사하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일제는 이 사건을 보천교도의 난혹은 무극대교도의 나이라는 이름을 붙여 사이비 교도의 반란으로 왜곡했다. 이들의 애국정신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열한 수법을 동원한 것이다.

그런데 국내 학계도 그동안 일제의 이 같은 왜곡에 동조했다. 많은 학자들이 법정사항일운동이라는 역사를 일부로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바람에, 지난 100여년 동안 지역의 역사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서귀포신문은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여겨 몇 해 전부터 법정사항일운동 바로 알리기 사업이나 법정사항일운동 발상지 활성화사업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노력들이 조금씩 결실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제주도교육청이 법정사를 현장학습 장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도의회가 행정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리고 국가보훈처가 국가현충시설로 지정해 체계적인 관리의 근거를 마련했다. 기쁘고 보람찬 일이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국가 현충시설로 지정되면 관련자료는 국가보훈처가 관리하지만, 시설의 관리는 여전히 지방자치단체가 맡아야 한다. 지금까지 법정사 일원을 세계자연유산본부가 관리했다.

조천에 항일기념관을 조성한 사례가 있듯이, 법정사항일운동을 기리는 기념관이 마련돼야 한다. 제주보훈청이 탑과 의열사를 정비하는데 그칠 게 아니라 법정사항일운동의 정신을 선양하는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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