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가 지난달 25일 대정읍 송악산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송악산 선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원희룡 지사는 자연 경관을 해치는 개발은 엄격히 금지해 경관의 사유화를 방지하고, 대규모 투자에 대해서는 자본의 신뢰도와 사업내용의 충실성을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주의 자연은 지금 세대만의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도 깨끗하고 안전하게 공존해야 한다면서 제주도민과 국민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권리를 위해 청정제주의 아름다움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지사는 2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악산 선언첫 번째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지난 428일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뉴오션타운건설 환경영향평가서 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아 자동 폐기된 것과 관련해, 사업자가 후속 조치계획을 제출하더라도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의 심의 또는 자문 등을 거쳐 도의회가 제시한 사유 등이 반영되었는지 여부, 경관 사유화, 자연환경 훼손 등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로 지정·보호하는 방안 등 최우선 후속실천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송악산은 여러 개의 화산단위로 구분되는 복잡한 구조를 띤다. 바다에서 화산이 폭발했는데 마그마가 분출되는 도중에 화구 주변에 화산재 등이 쌓여 주변환경이 육지로 변했다. 이로 인해 응회환과 분석구, 소분석구복합체, 용암연 등 다른 화산체에서 볼 수 없는 다채로운 구조가 나타난다. 게다가 주변의 산방산과 용머리, 형제섬, 가파도, 마라도 등과 어우러져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송악산과 그 주변 알뜨르비행장 일대는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제주4·3, 한국전쟁 등이 남긴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중일전쟁 당시 일제는 주민들을 동원해 알뜨르 일대에 활주로와 격납고를 만들었다. 일제가 비행장을 만들 당시에 토지를 빼앗겼다거나 노임을 받지 못했다는 주민들의 억울한 호소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제는 제주를 최후 격전지로 선택했다. 일제는 송악산 일대를 전진거점으로 삼고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해 진지동굴 15기를 설치했다. 진지동굴에는 미군함정을 공격하기 위한 어뢰와 폭탄을 실은 소형보트를 숨길 구상이었다.

송악산 인근 섯알오름은 제주4·3과 관련해 집단학살이 자행된 곳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정부는 사상이 의심스러운 인사들을 검색한다는 명분으로 예비검속자 명단을 작성하고 이들을 섯알오름 탄약고에서 집단 학살했다. 억울한 원혼은 지금 백조일손묘역에 묻혀 야만의 세월을 증언한다.

이제 송악산과 알뜨르를 편히 쉬게 해야 한다. 다시 거대자본이 이 일대를 침탈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원희룡 지사의 송악산 구상이 도의회가 지난 4월에 사업 계획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의사표시가 나온 한참 뒤에 나왔기 때문에, 진정성에는 의심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송악산을 지키겠다는 구체적 실행계획은 환영한다. 송악산 유원지 지정을 해제하고 문화재로 지정한다는 계획을 서둘러 시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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