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전형 시인이 제주어문학상 시상식에서 시 부문 심사평을 전하는 장면이다.(사진=장태욱 기자)
양전형 시인이 제주어문학상 시상식에서 시 부문 심사평을 전하는 장면이다.(사진=장태욱 기자)

제주도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그동안 제주사투리’, ‘제주 방언’, ‘탐라어등으로 불리었다. 최근에는 제주 지역어제줏말’, ‘제주어라는 용어로 널리 불리고 있다.

제주사투리혹은 제주 방언이라는 용어는 표준어의 상대적 개념으로, 표준어가 있고 그 하위 언어로 제주도의 지방언어가 있다는 의미를 내표한다. 반면 제주어혹은 제줏말이라는 용어는 서울의 언어와 다른 제주사람들의 독창적 언어라는 점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최근에 제주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는 것은 이 언어가 제주사람들의 소통수단에 그치지 않고 섬의 다양하고 독창적인 문화의 근간에 이 언어가 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네스코는 지난 201012, 인도의 코로어와 함께 제주어를 사라지는 언어가운데 4단계에 처했다고 등록했다. 유네스코는 사라지는 언어취약한 언어(1단계) 분명히 위기에 처한 언어(2단계) 심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3단계)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4단계) 소멸한 언어(5단계) 등으로 구분하는데, 제주어가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에 속한다는 발표다.

제주어를 포함한 지역어가 위기에 처한 이유는 근대사회가 불러온 공통적인 부작용이다.

근대국가는 도시화, 표준화, 중앙집중화 등을 추진했고, 그 정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강력한 권력을 행사했다. 그 과정에서 언어와 언어 사이에 지배-종속 관계가 성립하는 언어식민주의화현상이 생겨났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어가 일본어에 밀려 사용이 금지되고, 해방이후에는 제주어가 표준어에 밀려 차별을 당했다.

오스트리아의 철학자이자 언론인이었던 프리츠 마우트너(Fritz Mauthner)는 일찍이 한 문화의 언어는 그 문화를 운영해가는 장비의 일부로서,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공동의 기억장치라 할 수 있다. 언어는 어휘 안에 그 사회의 전통적인 풍습과 관행에 관한 언어적 표현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지방언어를 억압하는 일은 결국 문화 간의 소통과 생상을 파괴하고 다양성을 부정하며, 획일성과 전체주의를 고착시키는 것이다. 지역민의 공동기억을 해체하는 것이고, 집단의 풍습과 관행을 파괴하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귀포신문은 제주어의 가치를 확인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면 한 쪽을 제주어로 채워보기도 했고, 제주어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또 제주어문학상을 제정해 국내 문인들에게 제주어로 작품을 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2회 제주어문학상 시상식이 24일 열렸다. 그런데 시, 수필, 소설 등 분야별로 수상작을 선정했는데, 당선작은 수필 부문에서만 나왔다. 소설에서는 수상작이 나오지 않고, 시 부문에서도 당선작 없이 가작과 특별상 수상작만 나왔다.

문학상을 제정해 작품을 공모하고 심사하는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도내 문인들이 제주어, 더 나아가 이 섬의 소중한 문화적 중추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제주어로 작품활동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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