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은 국가원수가 특원으로 범죄인에게 형사소송법규상의 형벌 규정의 적용을 면제 또는 경감하는 것으로,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사면은 범죄의 종류를 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범죄인 일반에 대하여 행하는 사면이다. 대통령이 일반사면을 시행하려면 국무회의의 심의와 국회의 동의를 구한 이후 대통령령으로 행하여야만 한다.

특별사면은 이미 형의 선고를 받은 특정인에 대해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것이다. 특별사면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무부장관의 상신이 있어야 하고, 상신 전에는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취임, 광복절, 성탄절, 31, 등 국가 주요행사 때 연례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학자들은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가원수로서의 통치권에 속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법권에 대해 중대한 제약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시행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면제도가 유지되는 것은 법원의 사실인정과 법해석, 양형상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에 오류를 제거하기 위한 장치로서 사면을 통해 법원 판결의 효력을 교정해 주는 게 필요하고, 법치주의의 경직성을 완화해 사회정의와 국민통합을 도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지난달 31일 자로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불우) 수형자, 사회적 갈등 사범 등 3024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운전면허와 어업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1119608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도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사면대상에 올린 명단에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및 성주 사드배치 등 사회적 갈등사건 관련자 26명이 포함됐다. 그중에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사면대상에 오른 자는 형선고 실효 및 복권이 10, 형선고 실효 2, 복권 6명 등 18명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은 지난 2007년 정부가 주민동의도 거치지 않고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대상지로 결정하고 추진한 사업이다. 그 과정에서 1200여명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찢기고, 공동체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됐다. 마을주민의 압도적 다수는 주민동의도 거치지 않고 공사를 밀어붙이는 정부에 맞서 싸워야 했는데, 그 와중에 사법처리자가 속출했다.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는 정부가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국가권력 차원의 엄청난 공작과 음모가 행해졌고 인권유린이 자행해됐다고 밝혔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공사에 반대하다 기소된 강정마을 주민 및 평화활동가는 480명에 달하고 벌금 액수는 29000만 원이 넘는다. 그런데 기소자 가운데 사면된 인원은 201819, 20192, 202118명 등 총 39명에 그쳤다.

그런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아 모 언론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박근혜·이면박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해 국민 통합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폭력에 희생된 주민들의 고통은 애써 외면하면서 부정과 부패로 법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이전 권력자들과는 통합을 도모하겠다는 법무부와 이낙연 대표의 사면 행보는 우리가 촛불혁명을 통해 맞은 정부와 여당의 실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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