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속을 태우던 노지감귤 가격이 회복되고 있다. 한파가 닥친 후 제주산 노지감귤 가격이 치솟아 농협과 농가들이 반색하고 있다.

사실상 올해 첫 경매가 열린 4일, 제주산 노지감귤은 서울 가락동농산물도매시장에서 5kg 한 상자 기준으로 평균 7000원의 경락가를 기록했다. 이후 7000원대 초반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더니 11일에는 평균가 8600원으로 치솟았다. 이후 12일에는 9500원, 13일에는 1만200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가격상승의 원인은 쉽게 분석이 가능하다. 지난 한파와 폭설로 감귤수확과 포장작업이 지체되면서 도매시장으로 반입되는 감귤의 양이 대폭 감소했다. 그 사이에 대도시 청과상들이 보유하던 감귤 재고가 대부분 소진되면서, 감귤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찾아온 높은 시세가 지속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제주자치도는 지난해산 제주감귤 생산량은 총 52만8000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 가운데 상품출하 및 가공용 판매, 군납, 수출 등으로 12일까지 처리된 양은 34만5310톤에 이른다. 전체 예상 생산량의 65%가 처리된 것인데, 역으로 35%에 달하는 약 18만4500톤이 농가에 남아있다.

그런데 가공공장에서 비상품 감귤을 수매하는 것도 조만간 종료될 예정이고, 절기상 신선도 문제로 수출도 적합하지 않다. 많은 양을 상품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예년 이맘때 기준으로 하루 2500톤을 매일 처리해도 한 달 최대 7만5000톤이다.

결국 나무에 남은 감귤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농협과 농가들은 현재 나무에 남은 감귤들 가운데, 상당부분은 상품성이 떨어질 것이라 우려를 표한다. 한파의 피해가 당장에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유통과정에서 문제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지금 가격이 높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감귤이 시장에 다량 유통되면 가격은 언제든지 폭락할 수 있다. 농민과 농협, 행정당국이 다시 힘을 모으고 역할을 나눠야 할 때다.

농민들은 아깝지만 언피해를 입은 감귤에 대한 수확은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감귤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결국 모든 농가들에게 혜택을 가져올 자신이기 때문이다.

농협도 현재 APC 중심이 유통체제에서 질 좋은 상품을 선별해서 유통할 수 있도록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농협이 품질이 떨어지는 감귤을 대도시 공판장으로 유통시켜 농민과 농협이 공멸하는 파국은 막아야 한다.

우선, 제주자치도 농정당국은 현재 도내에 남은 재고 감귤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 가운데 출하 목표를 정해서 출하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농민들에게 지침을 전해줘야 한다. 수집상들이 포전거래로 구매한 감귤이 언피해 등으로 문제가 된다면, 이들에게 산지폐기 비용을 지급해서라도 유통을 막아야 한다.

농업선진국들에서 농민들이 높은 소득과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은 지혜를 모아 위기를 극복했던 누적된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 앞에 위기와 기회의 길이 함께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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