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15년 신공항 예정지를 발표할 때 내놓은 지도
정부가 지난 2015년 신공항 예정지를 발표할 때 내놓은 지도

정부는 지난 2018년 9월 정부부처 합동회의를 통해 「수도권 주택 확대방안」을 수립했다. 그리고 그의 일환으로 공공주택지구인 수도권 3기 신도시를 조성해 과열된 수도권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고, 서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3기 신도시 구상에는 남양주왕숙·왕숙2, 하남교산, 인천계양, 고양창릉, 부천대장 등이 포함됐다. 그리고 올해 2월에는 경기광명과 시흥지구가 새롭게 3기 신도시에 추가됐다.

그런데 최근 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경기 광명과 시흥 3기 신도시 예정지에 사전에 토지를 매입해 투기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10여 명의 LH 직원과 그 배우자들이 100억 원을 들여 약 700평의 토지를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폭로했다. 광명과 시흥지구의 규모는 현재까지 발표된 3기 신도시 중 가장 크다.

이후 언론들이 앞다퉈 투기현장을 보도해 공직자들이 직무를 이용해 투기를 벌이는 일이 연일 뉴스에 노출된다. 투기꾼들이 단지 토지를 매입하는데 그치지 않고 보상가를 높이기 위해 급하게 어린 나무를 식재한 사례들도 많았다. 국민의 분노가 끓어 넘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LH 직원들의 투기에 대해 사과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정세균 총리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투기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할 뜻을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은 시흥과 광명 지구 외에도 3기 신도시 전체에 대해 부동산투기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이 일을 계기로 성산읍이 신공항 예정지로 발표되기 이전에 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KBS 제주방송국은 지난해 10월,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해 주요 쟁점을 정리하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는데 거기에는 신공항 예정지 사전유출을 의심할만한 내용이 포함됐다. 국토부의 토지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성산읍에 토지거래 횟수가 예년 혹은 도내 다른 지역에 비해 도드라지게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방송을 근거로 제2공항 반대 단체들은 8일, 제2공항 예정지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고 이를 이용해 투기를 하는 세력들이 있었을 것이라며,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즉시 반박자료를 내고, 예정지 정부 사전유출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공직을 이용해 사익을 도모하는 공직자를 색출해 엄벌하는 것은, 공직에 대한 신뢰를 지키고 경제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국가의 기본 틀을 든든하게 세워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국민이 촛불혁명 이후 ‘적폐청산’을 줄기차게 요구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정부와 정책에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사전 정보를 유출한 자들이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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