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촌의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이 어민들의 이익과 배치하는 결과를 낳았다. 체험관광을 빌미로 어장을 침탈하는 행위가 빈번해 어민들이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현대는 일과 여가의 균형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주말과 휴가 기간에는 휴식과 힐링을 원하는 많은 이들이 자연을 찾아 떠난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관광과 레저를 즐기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해양관광의 형태도 다양하다. 단순하게 해수욕, 바다낚시, 갯벌체험, 스노클링, 해루질 등을 원하는 이들도 있고, 요트, 스쿠버, 윈드서핑 등 레저스포츠 마니아들도 있다.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해 ‘어촌뉴딜300’이나 수중경관지구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서귀포시 하예항과 신천항, 태흥2리항, 하효항, 온평항 등은 공모를 통해 어촌뉴딜30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어촌뉴딜 사업을 추진하는 항구에는 각각 적게는 60억 원, 많게는 110여억 원이 투입된다.

그리고 서귀포시 문섬 일대는 지난 2018년 해양수산부가 공모하는 해중경관지구 사업에서 강원도 고성군과 더불어 대상지로 선정됐다. 문섬 일대는 국내 최대 연산호 군락으로 빼어난 수중경관을 간직한 게 선정의 사유였는데, 사업에는 국비 및 지방비 400억 원이 투입된다.

그런데 해양관광이 어민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대평리 주민들은 16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루질(맨손어업)의 폐해를 집중적으로 토로했다.

어민들은 1억5000여만 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해안에 홍해삼과 소라, 전복 등의 종패를 바다에 뿌려 어장을 관리했는데, 수확할 게 거의 없어졌다고 항변했다. 주민들은 3년 전부터 해루질을 빌미로 양식 어패류를 절도하는 범죄행위가 빈번한데 당국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녀들이 자정 무렵부터 새벽까지 보초를 서며 어장을 지켜보려 했지만, 수사권이 없는 해녀들이 범죄를 막을 도리가 없다고 항변했다.

어민들은 ‘수중레저활동의 안전 및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은 수경, 숨대롱, 공기통, 호흡기, 부력조절기 등을 착용하고 물에 들어가는 것을 레저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어민들은 레저활동을 빌미로 어장에 들어가는 체험객을 막을 도리가 없다고 항변한다.

그리고 이들 중에 어민들 몰래 어패류를 채취한 후 그물에 넣고 바다에 감췄다가 새벽녘에 몰래 반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대평리의 경우는 정부가 해양관광과 해양레저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이 어민들의 이익과 충돌하는 사례다. 제주섬이 해녀들이 많고, 육지와 달리 연안이 해녀들의 생계터전이 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다.

제주자치도가 관련 법률이 어민들의 이익과 충돌하는지 여부를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하는데, 그 일을 소홀히 했다. 뒤늦게 제주자치도가 해루질 시간을 제한하겠다고 나섰으니 다행이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꼼꼼하게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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