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서귀포신문
초창기 서귀포신문

서귀포신문이 창간 25주년을 맞습니다. 지난 1996년 지역 청년들이 뜻을 모아 신문을 창간한 후, 25년 동안 나라에도 지역에도 많은 문제와 급속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창간 이듬해 대한민국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해 열린 대선에서 건국 이후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졌습니다. 서귀포신문이 창간하자마자 대한민국은 역사의 격랑 속으로 빠져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에 들어선 이후, 서귀포에는 늘 갈등의 소용돌이가 일었습니다. 송악산에 대한 난개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해군기지에 대한 이슈가 화순-위미-강정으로 이어지며 주민 간 갈등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 종착점이 된 강정마을에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5년 정부가 성산읍에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지역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떠올리는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갈등상황에도 이를 조정할 주체가 서귀포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됐기 때문에, 풀뿌리민주주의를 담보하고 주민의 갈등을 조율하며 공동체의 이익을 책임질 주체가 사라져버렸습니다.

20세기 이후 대한민국이 경험한 정보통신의 발전은 가히 혁명적입니다. 1990년대 전화선에 연결해서 인터넷을 사용하던 시대에서 이젠 공공와이파이로 어디에서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스마트폰이 컴퓨터와 카메라, 캠코더를 대신하기 때문에 대중들은 정보를 쉽고 빠르게 생산할 수 있게 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편리하게 정보를 소비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새로운 것들은 정신없이 쏟아지고, 어제의 새것이 오늘에는 낡은 것이 돼버리는 시대입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피해는 충격적입니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제한되고, 문화와 경제는 크게 위축됐습니다. 한 치 앞을 전망하기 어려운 불안한 시대입니다.

갈등은 일상화되고 급속한 변화는 필연이 돼버린 불안한 시대입니다. 직원 10명도 되지 않는 주간지가 오늘의 이 같은 변화를 감당하기에 너무나 버겁고 힘이 가쁩니다.

그렇다고 절망하지는 않습니다. 서귀포신문을 응원하는 시민과 독자가 늘 옆에 있기 때문입니다. 신문을 위해 좋은 글을 보내주는 필진이 계시고, 신문을 제대로 만들 수 있도록 격려하고 채찍질하는 독자위원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신문이 경영상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이사님들이 계시고, 무엇보다도 기자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구독으로 후원하는 수많은 독자님이 계십니다.

많은 분의 격려와 도움에 의지해 서귀포신문은 편집과 경영, 두 개의 기둥을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서귀포신문은 지난해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영 여건을 개선하고, 보도환경의 혁신을 도모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서귀포신문의 이웃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25년은 이전보다 치열하게 뼈를 깎는 노력으로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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