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원자재 생산량 감소 정책 고수, 철재 가격 상승과 공급난 동시에 닥칠 듯

감귤 농원에 시공되는 비닐하우스(사진=장태욱 기자)
감귤 농원에 시공되는 비닐하우스(사진=장태욱 기자)

비닐하우스용 파이프 가격이 오르는데 공급까지 원활하지 않아, 시설재배를 원하는 농가들이 계획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올해 정부는 자유무역협정이행지원금에서 지원되는 과수시설현대화 사업 예산을 전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서귀포의 경우도, 고품질감귤생산시설현대화 사업비로 지원되는 국비예산이 지난해 73억7700만 원에서 올해 57억8300만 원으로 감소했다.

사업대상에 선정되는 농가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노지감귤 시세가 하락하고 연초에 한파가 닥쳐 하우스 시설재배를 희망하는 농가가 예년에 비해 부쩍 증가했다. 과수시설현대화사업 대상에 오르지 못한 많은 농가가 융자와 자비로라도 시설을 갖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농협은 농민들이 총사업비의 80% 이내의 농업종합자금이라는 명목으로 2% 이하의 금리로 자금을 대출한다. 시설현대화사업 지원 대상에 오르지 못하는 농가는 결국 융자와 자비로 시설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최근 신규로 시설을 갖추겠다는 농가들이 난관에 봉착할 우려가 인다. 최근 자재 값이 가파르게 오르는데다, 공급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회사들은 비닐하우스 시설에 사용되는 철재 파이프를 만들 때, 대체로 중국산 소재를 사용한다.

지난 연말 중국 정부는 탄소 저감 정책의 일환으로 2021년 조강(강철 덩어리로 철판이나 철 파이프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줄이기로 했다. 중국이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는데 실상은 철광석을 수입하는 호주와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세계 조강 생산량의 49%를 감당하기 때문에, 중국이 감산에 나서면 세계 조강가격이 상승하고, 결과적으로 철판이나 철 파이프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이 지난 몇 년간 조강 생산량을 늘렸기 때문에 국내 철강 제품 가격이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는데 중국의 이번 조치로 비닐하우스 시설에 사용되는 철재 파이프의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철 파이프를 생산하는 H철강은 연초에 파업에 돌입했고 최근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로 노사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귀포에서 시설하우스 자재를 판매하고, 하우스 시공도 맡고 있는 S테크 오아무개 대표는 “올해 들어 자재 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라며 “우리가 H철강과 사전에 공급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오른 가격을 한꺼번에 적용하지 않았지만, 3월까지 대략 10% 올랐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데 공급계약이 끝나는 4월 이후에는 15% 이상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통보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가격이 상승하는 것과 함께 자재 공급이 지연되는 것도 문제다. 소규모 시공에는 문제가 크지 않지만 대규모로 공사하거나, 한꺼번에 여러 군데 시공하는 업체들은 자재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일선 농협이 미리 확보한 자재들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당장 크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5월 이후에는 가격 상승과 자재난이 한꺼번에 몰려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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