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르포르 프랑스 대사 일행 8일 서귀포 방문해 에밀 타케 신부 유적 탐방

 

대사가 왕벚나무 자생지에서 타케 신부의 업적에 대해 설명을 듣는 장면이다. 왼쪽부터 김찬수 박사, 필립 르포르 대사, 오충윤 회장(사진=장태욱 기자)
대사가 왕벚나무 자생지에서 타케 신부의 업적에 대해 설명을 듣는 장면이다. 왼쪽부터 김찬수 박사, 필립 르포르 대사, 오충윤 회장(사진=장태욱 기자)

 

필립 르포르(Philippe Lefort) 주한 프랑스 대사가 서귀포를 방문해 100여 년 전 에밀 타케 신부의 선교 흔적을 둘러봤다. 100여 년 전 프랑스 출신 사제가 서귀포에서 주민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고, 자생식물을 연구해 국제 학계에 보고한 사실에 대해 설명을 듣고 대사는 매우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필립 르포르 대사가 8일, 에밀 타케 신분의 업적을 더듬기 위해 제주에 도착했다. 천주교 제주교구가 왕벚나무 자생지 탐방행사에 대사를 초청한 게 방문의 계기가 됐다. 세자르 카스틀랑(César Castelain) 프랑스 정부 참사관과 포린 폴키에(Corinne Foulquier) 프랑스 관광청 한국지사장 등이 여정에 동반했다.

대사 일행은 8일 오후 2시에 관음사 야영장 인근 왕벚나무 자생지에 도착해 현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필립 르포르 대사는 그곳에서 문창우 천주교 제주교구장과 대화를 나누고 타케 신부의 업적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김찬수 전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소장이 에밀 타케 신부의 제주생활과 사역, 식물채집 활동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오후 3시30분경 한라산 수악교 인근 왕벚나무 자생지에 도착해 왕벚나무를 감상했다. 오충윤 ‘에밀 타케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회장과 김찬수 박사가 대사 일행을 안내했다. 오충윤 회장은 타케 신부가 1908년 4월 14일 효돈 인근 해발 600미터 지점에서 나무를 채취해 영국에 보냈다고 기록했는데, 바로 이곳이라고 말했다.

김찬수 박사는 길도 좋지 않았고 자동차도 없던 시절이라 타케 신부는 홍로성당에서 여기까지 걸어와서 채취했고, 1913년에는 일본 전문가(나카이)도 타케 신부가 채집한 장소를 확인하기 여기를 다녀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본 전문가가 돌아가서 왕벚나무 자생지가 한국이 맞다고 인정을 했는데, 해방 이후 일본 학계가 이것에 대해 약간 다른 의견을 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타케 신부가 일본에서 도입한 온주밀감에 관한 얘기에 대사가 귀를 기울이고 있다.(사진=장태욱 기자)
타케 신부가 일본에서 도입한 온주밀감에 관한 얘기에 대사가 귀를 기울이고 있다.(사진=장태욱 기자)

일행은 옛 홍로성당 터에 있는 면형의 집을 방문했다. 오충윤 회장은 타케 신부가 제주에서 사역할 당시 재정상황이 매우 어려워 성당 운영에 필요한 비용마련을 위해 홍로성당을 이임할 때까지 식물을 채집해 표본을 만들었다며, 10년간 채집한 표본이 세계 여러 나라에 7000여 점 보관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표본 가운에 타케 신부가 처음 발견해 학명에 타케티(Taquetii)라는 이름이 붙은 게 125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필립 르포르 대사는 100여 년 전에 프랑스 출신 신부가 제주도를 이렇게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해서 생물학 연구에 심취한 게 매우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곳 서귀포 주민들을 사랑해 헌신적으로 활동을 펼친 사실이 매우 존경스럽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대사는 타케 신부가 1911년 일본에서 포리신부를 통해 귤나무 14그루를 도입했고 면형의 집에 식재된 한 그루가 최근까지도 생명을 유지하다가 2019년에 고사한 얘기에도 귀를 기울였다.

일행은 마지막으로 옛 하논성당 터를 찾았다. 타케 신부는 신축교안(1901년 일어난 신축교난 혹은 이재수의 난)이 일어나, 천주교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김원영 신부의 후임으로 1902년에 홍로성당에 부임했다. 그는 이곳에서 절망에 빠진 천주교를 다시 일으키고, 주민들을 계몽했다.

하논성당 터에서(사진=장태욱 기자)
하논성당 터에서(사진=장태욱 기자)

오충윤 회장은 “타케 신부가 부임한 후 민란으로 피해가 심했던 하논성당을 홍로로 이전하고 주민과 교인 간 갈등을 수습하면서 교회를 사회에 뿌리내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옛 성당터에 있는 은행나무를 ‘에밀 타케 은행나무’라 부르는 사실과 하논성당 터에서 면형의 집을 연결하는 5.4km를 순례길로 지정한 사실을 설명했다.

필립 르포르 대사는 서귀포 주민들이 프랑스 사제인 타케 신부를 이렇게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에 매우 감명을 받았다며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프랑스와 한국이 좋은 관계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탐방에 동참했던 포린 폴키에 프랑스 관광청 한국지사장은 “1년에 한국인 관광객 75만 명이 프랑스로 가는데, 프랑스 관광객은 9만 명이 한국에 온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주 방문이 처음인데,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라며 “2주 후에 휴가를 받으면 다시 와서 일주일 머물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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