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차기 도지사 불출마를 선언했다. 원 지사는 21일 오전 열린 제394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도정질문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에는 출마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양영식 의원(연동 갑,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원 지사에게 대권 행보 및 3선 도전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이에 원 지사는 “한편으론 제가 한사람의 정치인으로서 더 큰 제주의 도약과 함께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도 책임감을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대선에 도전할 뜻을 공개적으로 명확히 밝혔다.

그리고 도정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하거나 공백에 대한 고민이 있고 도민의 관심과 궁금증에 대해 명확하게 밝힐 책임이 있다고 말한 후 “내년 도지사 선거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도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불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2014년 3월 제주시 관덕정에서 제주지사 출마선언을 하면서 감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저는 서울에서 정치를 하면서도 제주의 성원으로 성장했고, 늘 어머니인 고향에 고마움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고향에서 봉사한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도민들의 부름을 지금, 이렇게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제주를 정치적 포부와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제주의 가치를 높여, 인구와 면적, 경제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창조해야 합니다. 우리가 키운 제주의 가치가 대한민국을 넘어 동북아를 뒤덮고, 세계로 뻗어 나가게 해야 합니다. 저는 농수축산, 관광 등 기존산업을 고도화하고 제주인과 문화와 환경을 자본으로 하는 창조적 성장을 통해 제주의 경제규모를 현재의 12조 규모에서 25조 규모로 5년 이내에 2배 이상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의지도 이렇게 담았다.

한계에 도전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제주도지사가 대한민국 대통령도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제주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입증해 보일 것입니다.”

원 지사가 취임할 당시 도내 인구는 62만1550명이었는데, 5년 뒤에는 12% 증가해 69만6657명이 됐다. 중국 자본에 제주에 투자하겠다고 몰려들던 시절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두 배 성장을 약속한 시점인 2019년, 제주의 지역내총생산은 20조3000억 원에 불과했다. 경제 성장에 좋은 여건이 마련됐지만 원 지사는 ‘창조적 성장’이 어떤 건지 보여주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 2015년 11월, 성산읍 신산리 일대를 제주 신공항 예정지로 지정한 이래 제주도는 제2공항에 대한 찬반 갈등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 갈등을 조정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오롯이 도정의 몫인데, 이에 대한 진지한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원 지사는 새로움을 창조하는 제주지사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새로움? 그런 게 있었는지 궁금하다.

남은 임기 원희룡 도정이 해야 할 일은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에 반성하고 제2공항 문제를 매듭짓고 갈등을 치유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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