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775km, 두 번의 산티아고 순례길, 순간의 기록’ 24일부터 29일까지

메밀꽃부부(사진=장태욱 기자)
메밀꽃부부(사진=장태욱 기자)
제주의 풍광을 닮았다.(사진=장태욱 기자)
제주의 풍광을 닮았다.(사진=장태욱 기자)

산티아고 순례길(the way of St. James)은 예수의 열두 제자였던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방 주도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를 종착점으로 하는 카톨릭 성지방문 여정이다. 유럽과 남미의 여러 국가에서 관광객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방문하는데, 국내에서는 가톨릭 신자를 중심으로 방문하다가 최근 국내 도보여행객들의 방문도 증가하고 있다.

사람들은 마음의 휴식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은 역설적이게도 체력의 고갈을 느낄 만큼 힘든 여정을 포함한다. 어떤 이는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다른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그 고난의 여정에 기꺼이 몸을 던진다.

산티아고 순례의 시간을 기록한 사진전이 24일 이중섭미술관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두 차례 걸었던 젊은 부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전시회다. ‘함께, 775km, 두 번의 산티아고 순례길, 순간의 기록’이다.

부부를 소개하는 패널(사진=장태욱 기자)
부부를 소개하는 패널(사진=장태욱 기자)

사진전을 기획한 이는 박문규‧김미나 부부다. 부부는 고교 동창생 사이로 결혼한 후 지난 2014년부터 무기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여행이 직업인데, 남편 박문규 씨는 사진을 찍고, 아내 김미나 씨는 글을 쓴다.

‘원하는 곳을 여행하고 계절을 선택하며, 행복을 미루지 않고 오늘을 재미있게 살고 싶은 모든 이의 꿈’을 부부는 몸으로 실행하며 살고 있다.

이들은 여행을 다니면서 「메밀꽃부부 세계일주 프로젝트」(상상출판, 2017)라는 책도 냈다. 메밀꽃부부란 봉평에서 메밀꽃에 반해 자신들에게 붙인 닉네임이다.

부부는 2016년 가을과 2019년 봄, 두 차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10kg 쯤 되는 배낭을 짊어지고 40일 동안 775km의 길을 걸었다. 다리는 무거운데,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순간들을 여러 번 마주쳤다. 그런데 결국 두 차례 모두 종착점인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무사히 도착했다. 방향만 잃지 않으면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삶의 이치다.

어떤 사진 속에 들어 있는 풍경은 마치 제주를 닮았다. 돌담과 오름 비슷한 화산체의 완만한 능선이 보인다. 들풀이 주변에 깔린 흙길 너머에 수확을 끝낸 비탈진 밭들이 누렇게 펼쳐지고 그 뒤로 가을하늘이 푸른빛을 자랑한다.

산티아고 순례가 힘들지는 않았는지 물었는데, 이들은 고단하지만 기쁨이 더 컸다고 했다. 처음에는 힘든데, 계속 걷다 보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지쳐서 일찍 자고 이런 단순한 일이 반복되는 게 행복했다고. 그리고 길에 점점 적응하고 나중에는 길이 끝나가는 게 아쉬워졌다고 했다.

메밀꽃부부는 그 고단한 여정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모르는 이들과 친구가 됐다며, 모두가 모두에게 친구가 되고 천사가 되는 길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많이들 지쳐 가는데, 시민들이 사진을 보면서 힐링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여행 경비를 마련하는 방법을 물었더니, 관광청과 여행사와 함께 하는 사업이 있고, 강의도 하면서 마련한다며 “일을 많이 한다. 도움 주시는 분이 많다”라고 했다.

부부는 코로나19가 끝나면 아직 가보지 않은 나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인데, 그때까지 제주도에서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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