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신문이 만난 사람] 1인3역 슈퍼우먼, 결혼이주여성 양조이 씨

양조이씨(사진=장태욱 기자)
양조이씨(사진=장태욱 기자)

평일 저녁인데, 읍사무소가 불야성이다. 영어를 배우겠다고 주민들이 모여 수업을 듣는데, 가르치는 선생님이 외국에서 서귀포로 시집을 온 결혼 이주여성이다.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차근차근 친절하게 수업을 이끈다.

남원읍이 마련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영어강사로 활동하는 양조이 씨를 만났다. 양조이 씨는 영어강사 외에도 다문화 이해교육 강사, 남원읍주민자치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양 씨와 결혼 이주과정과 서귀포 생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양조이 씨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원래 필리핀에서 이름이?

“April Joy였다. ‘4월의 기쁨’인데, 한국이름으로 바꾸면서 조이는 그대로 썼다.”

-한국에 언제 왔나?

“2012년에 결혼해서 한국에 왔다. 지금 남원리에 산다.”

-자녀가 있나?

“둘 있다. 9살과 8살이다.”

-영어는 어떤 계기로 가르치게 됐나?

“처음에는 아는 언니네 집 아이들을 가끔 가르쳤다. 그 후에 남원읍에서 수업을 부탁해서 올해 처음으로 하고 있다.”

-다문화지원센터에서도 활동한다고 들었다.

“2019년부터 다문화 이해교육 강사로 일했다. 학교나 유치원에 가서 필리핀에 대해 설명하고 필리핀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활동을 한다. 또, 다문화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도 한다.”

-고향엔 자주 가나?

“결혼하고 2년에 한 번씩 갔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작년과 올해는 못 갔다.”

수업을 이끄는 장면. 마스크를 벗고 입 모양을 보여주면서 정확한 발음법을 지도하고 있다.(사진=장태욱 기자)
수업을 이끄는 장면. 마스크를 벗고 입 모양을 보여주면서 정확한 발음법을 지도하고 있다.(사진=장태욱 기자)

-남원읍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도 한다고 들었다.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됐나?

“주민자치위원회가 뭔지 몰랐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고, 그런데 필리핀에서 온 아는 언니가 함께 활동하자고 권해서 참여했다. 지금은 점점 알아가는 중이다.”

남원읍주민자치위원회에는 양조이씨를 포함해 두 명의 결혼이주여성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럼 영어강사로, 다문화 이해교육 강사로,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이 많다. 많이 바쁠 것 같다.

“조금 바쁘다.”

-SNS가 발달돼서 외국 사람들과도 대화할 수 있게 됐다. 고향 친구들과 소식 자주 주고받나?

“필리핀 친구들과 대화 많이 한다. 친구들에게 제주도가 아름다운 곳이라고 얘기한다.”

-고향이 필리핀 마닐라인가?

“메트로 마닐라에 속하기는 한데, 도심은 아니다. 마리키나(City of Marikina)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마리키나는 마닐라에서 북동쪽으로 14Km 떨어진 곳에 있다. 필리핀에서 신발산업이 가장 발달한 곳이기 때문에 ‘필리핀 신발의 수도(Shoe capital of the philippines)'라는 별명을 얻었다. 도시에 신발 박물관이 있는데,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의 신발 800켤레가 전시됐기 때문에 도시가 더욱 유명해졌다.

-남편이 무슨 일을 하나?

“귤 농사를 짓는다.”

-남편과 사이가 좋나?

“좋을 때도 있고, 다툴 때도 있다.”

-시부모님과는 사이가 어떤가?

“시어머니, 시아버지 모두 좋은 분이다. 잘해주신다.”

-주변에 필리핀에서 온 친구들 많이 있나?

“먼저 결혼해서 온 언니들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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