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열린 만감류 재배교육 현장(사진=장태욱 기자)
13일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열린 만감류 재배교육 현장(사진=장태욱 기자)

 

감귤(Citrus Linn)은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재배지는 남⋅북위 40°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최저기온 -7℃ 이상인 지역에 국한된다. 그 가운데 온주밀감(Citrus unshiu Marc.)은 연평균기온이 15℃∼18℃인 지역이 재배적지라고 알려졌다. 제주도의 연평균기온은 15.6∼16.7℃ 정도로 온주밀감을 재배하기에 적지였다. 70년대 대학나무의 신화는 제주의 온화한 기후가 선물한 축복이었다.

그런데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기상청이 지난달 발표한 ‘기후변화가 바꾼 우리나라 사계절과 24절기’ 자료에 따르면 지난 30년간(1991∼2020년)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1.6℃ 상승했다. 최근 30년 동안 과거 30년에 비해 연 강수량이 135.4㎜ 증가했는데, 강수일수는 21.2일 감소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극심한 더위와 집중호우 등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극한기후현상이 강하고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제주 감귤농가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통계청이 지난 2018년에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 자료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겼다.

기온상승의 영향으로 주요 농작물의 주산지가 모두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감귤의 경우는 전남 고흥과 경남 통영, 창원, 김해, 밀양, 경북의 칠곡, 영덕 등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이 나왔다. 2060년에는 남해안 모든 지역이, 2090년대에는 강원도에서도 감귤재배가 가능할 전망이다.

서귀포신문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에서 시설하우스를 이용해 감귤을 재배하는 농가들을 방문했다. 전라남도의 경우 나주와 고흥 등에서 일찌감치 시설하우스를 이용해 한라봉을 재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범위가 전라북도는 물론이고 수도권까지 감귤재배가 이어지고 있고, 작목도 레드향과 천혜향, 황금향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농민들은 대체로 시설하우스를 통해 감귤을 재배하는데, 기존 과채류나 채소를 재배하던 시설에 감귤을 식재한 경우도 있고, 감귤재배를 위해 비닐하우스를 설치한 경우도 있다.

기획취재 과정에서 새롭게 확인한 사실들이 있다. 우선, 이들 지역에서 예상보다 많은 농가가 감귤을 재배하고 있다는 점과, 현지 감귤의 품질이 제주의 것보다 오히려 뛰어나다는 점이다. 다만, 비닐하우스 시설이나 토질이 만감류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있고, 재배기술을 알려줄 지도사들이 없어 시행착오를 겪는 사례들도 다수 확인됐다.

그럼에도 그곳 농민들도 서귀포의 농민들 못지않게 감귤에 열정을 품고 있고, 행정과 농협이 로컬푸드 매장을 통해 농가에 높은 가격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토지가격이 폭등해 농지가 농민의 손을 떠나거나, 대도시 공판장에서 한라봉이 헐값에 거래돼 낙심하는 우리네 처지와는 사뭇 다르다.

다른 지역에서 감귤재배가 확산되는 게 서귀포의 농민들에게는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서귀포신문은 그 도전을 함께 극복할 길을 찾기 위해 기획취재를 준비했다. 다음 호부터 이어질 기사에 시민과 독자의 관심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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