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다니 수국밭’에 관광객 몰려, 마을조합은 기념품 판매해 주민 복지기금 마련

답다니 수국밭에 수국이 다채로운 색깔로 꽃을 피웠다.(사진=장태욱 기자)
답다니 수국밭에 수국이 다채로운 색깔로 꽃을 피웠다.(사진=장태욱 기자)

더위가 서둘러 찾아오면서 월평마을 한 농장에 예년보다 수국이 빨리 피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광객들이 수국이 주는 색색의 아름다움과 그 풍만함에 빠져 초여름 주말을 행복하게 보냈다.

월평마을 안에 ‘답다니 수국밭’이 있다. 주민 조철만 씨가 2016년에 감귤 과수원의 일부에 수국을 심어 화원을 조성했다. 수국밭이라지만, 조청만 대표는 감귤과 수숙을 함께 가꾸고 있다. 답다니는 ‘탑을 쌓는다’는 의미의 제주어다. 마을에 좋은 기운이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돌담이나 방사탑을 쌓겠다는 대표의 마음이 읽힌다.

답다니 수국밭에 꽃이 80% 정도 개화하자 조철만 대표가 22일 화원을 개장했다. 이곳에 입장료는 없는데, 마음에 드는 꽃 한 송이를 따면 4000원을 받는다. 어떻게 알았는지,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 화사한 꽃에 취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수국밭(사진=장태욱 기자)
수국밭(사진=장태욱 기자)

 

꽃은 눈물 글썽이며 불투명하게 푸르름을 비추어 준다

마치 그 푸르름을 재차 일어버리기나 한 것처럼.

그리고 오래된 푸른색 편지지처럼 거기에는

노랑과 보라 그리고 회색빛이 스며있다.

-릴케의 ‘푸른 수국’ 2연

릴케는 수국이 세상의 색채와 기운을 반영해 색깔을 내는 것이라고 했다. 세상이 푸른 기운을 잃어버리는 것만큼 꽃도 제 빛깔을 잃어버린다고 했다. 오래전 연인과 주고받은 설레는 편지도 종이의 색깔이 변하는 만큼 설렘도 퇴색하기 마련이다. 수국에 노랑과 보라가 섞이는 게 시인의 눈에는 순수의 빛이 바래는 과정으로 보였다.

수국은 토양의 산성도에 따라 꽃이 색깔이 결정된다. 제주의 과수원은 대체로 산성을 띠기 때문에 보라색 꽃이 필 것인데, 이 수국밭에는 흰색과 연두색, 보라색 등 다양한 꽃이 핀다. 색색의 꽃을 피우기 위해 조철만 대표가 토양을 섬세하게 관리했다.

22일 개장 첫날이라 관광객들이 종일 발길을 이었다. 가족끼리 방문한 이들도 있고, 친구와 연인끼리 찾은 이들도 있다.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가 정장과 드레스 차림으로 촬영을 하는 커플도 여러 쌍 보였다.

한편, 농장 한 켠에서 기념품과 음료 등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다. 월평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이하 마을조합) 회원들인데, 이들은 그동안 제작한 천연염색 손수건과 마스크, 주민이 생산한 감귤 착즙주스 등을 판매한다. 어린이들을 위해 솜사탕, 얼음물, 아이스크림 등도 팔고 있다.

마을조합이 운영하는 수국 마켓(사진=장태욱 기자)
마을조합이 운영하는 수국 마켓(사진=장태욱 기자)

조철만 대표은 수국밭 개장 기간에 자신은 물건을 팔지 않고, 판매 공간을 마을조합에 내줬다. 마을조합은 이 사업을 위해 5개월간의 운영 회의를 거쳐 물품을 생산하고 인력을 동원해 판매하며, 그 수익금을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 논의했다. 수국 마켓도 논의 끝에 나온 활동이다. 아름다운 수국만큼, 조합원들의 마음에도 희망의 꽃이 핀다.

월평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는 마을조합의 활동을 후원했다. 마을조합이 얻는 이익은 마을 복지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마을조합은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는 중이다. 강영택 이사장은 “8월은 월평 포구에서 포구마켓, 12월은 마을 직거래장터 등을 열어 물품을 판매하고, 수익금으로 마을의 어르신들과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사업을 추진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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