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도의회‧강정마을회 등 31일, ‘상생화합 공동선언식’

좌남수 의장이 사과문을 발표하는 장면(사진=장태욱 기자)
좌남수 의장이 사과문을 발표하는 장면(사진=장태욱 기자)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그동안 강정마을에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아픔을 제대로 보듬지 못한 것을 사과하고 미래를 위해 나가자는데 뜻을 모았다. 5월 31일에는 강정 크루즈터미널 앞 주차장에서 ‘다시 부는 상생화합의 바람’이라는 주제로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을 개최했다.

이날 오성율 강정공동체사업추진단장이 그간의 경과를 보고했다.

국방부는 지난 2007년 6월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건설장소로 결정했는데, 강정마을이 임시총회를 열고 주민 93%가 건설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그럼에도 국방부와 국토부, 제주자치도는 2009년 4월에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관련 기본협약을 체결했고, 제주도의회는 2009년 12월에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안과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 등을 안건으로 협의해 가결했다. 제주자치도와 제주도의회가 주민의 의사에 반하는 사항을 밀어붙여 마을에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이날 선언식에서 원희룡 제주지사와 좌남수 도의회 의장은 도민들에게 이 같은 과오를 사과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지사는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입지 선정과 건설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강정마을이 예전처럼 화목하고 풍요로운 마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2018년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석했을 때 약속한대로 강정주민 특별사면을 적극적으로 진행줄 것을 요청하며 “강정마을 주민들이 생생의 길을 열어가기 위해 먼전 손을 내밀었다. 이제 정부에서 화답할 차례다”라고 말했다.

좌남수 의장도 “강정에만 오면 가슴이 절로 아리다. 과거 아름답고 평화로웠던 강정마을이 붕괴되다시피 했다”라며 “도의회의 책임을 통감한다. 도의회 의장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상행협약 공동선언식을 계기로 그동안 갈등과 대립은 막을 내리고 새로운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자”라고 말한 후 “과거의 고통과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선 강정 주민 여러분의 의지와 노력이라면 과거 평화로운 제주의 일등 마을의 영광을 반드시 재현하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강희봉 마을회장은 “뿌리 깊게 내린 갈등과 반목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도지사님과 도의회 의장님의 사과를 밭고 용서를 함으로써 미래로 나가려고 이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원희룡 지사와 좌남수 의장, 위성곤 국회의원, 임정은‧이상봉‧이경용‧김용범 도의원 등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강정마을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그런 마을이 되는 시발점이 바로 오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생생화합을 위해 어린이합창단의 공연과 캘리그라피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한편,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와 강정평화네트워크 등은 공동선언식이 열리기에 앞서 크루즈터미널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만적인 상생협약을 중단하라”로 촉구했다.

반대단체들의 항의(사진=장태욱 기자)
반대단체들의 항의(사진=장태욱 기자)

 

이들은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상생화합으로 둔갑한 정부의 보상과 회유는 사과가 아닌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과 이를 지지하고 함께 아파한 강정주민, 제주도민과 국민을 위한 기만이다”라고 주장한 후 “돈으로 강정마을에 대한 문제를 다 매듭지으려 하는 것에, 돈으로 공동체의 회복을 말하는 것에 분노한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국가가 진정 사과하려면 진상규명을 통해 해군기지의 진실이 드러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이 열리는 행사장 입구에서 원희룡 지사와 좌남수 의장, 강희봉 마을회장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구호를 연이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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