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을 잠소함 속의 토끼에 비유한 작가가 있다. 루마니아의 소설가이자 사제인 게오르규다. 한국인의 운명처럼 2차 세계대전에서 표현할 수 없는 고초를 당한 작가인데, 그런 연유로 한국 무척이나 사랑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게오르규는 1916년 루마니아에서 가난한 성직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으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설상과 낙서(雪上의 落書)」로 1940년도에 루마니아 왕국 시인상을 받았다.

크로아티아 주재 루마니아 대사관에서 근무를 시작했는데, 1944년 소비에트 군대가 루마니아에 주둔하자 망명을 떠났다가 루마니아 사람이라는 이유로 연합군에 체포되어 수용소에 수감되는 고초를 겪었다. 1948년 걸어서 겨우 프랑스 국경을 넘었고, 이듬해 파리에서 불어로 소설 「25시」를 발표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전쟁이 소용돌이 속에서 헝가리, 독일, 미국 등으로 내몰리며 약소국가 인민이 겪어야 하는 수많은 고초를 당한다. 수많은 작품 가운데 대표작으로 인정을 받는 소설이다.

소설에는 ‘잠수함의 토끼’의 얘기다 나온다. 당시 구형 잠수함은 해저에 오랫동안 머무르면 공기가 부족해졌다. 그래서 당시 해군에서는 토끼를 동원했다. 공기가 탁해지면 토끼가 죽게 되는데 그리고 나서 5~6시간이 지나면 사람도 위험에 처한다. 게오르규는 산소부족을 알리는 토끼처럼 시인에게는 시대위기를 경고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이 있다고 했다.

그는 1974년 3월 한국을 방문해 이화여대에 강연을 할 때 “모든 인간은 지구의 주인으로 창조된 것이다”라며 “이유 없이 한 인간을 죽이는 것은 우주파괴와 똑같은 의미를 지닌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누구나 괴로움을 겪은 사람에게는 고개 숙여 뜨거운 인사를 드려야 한다. 이 지구상에서 한국민족만큼 괴로움을 겪은 민족은 없으므로 나는 한국인에게 깊은 존경으로 인사를 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는 사제로서 “신이 내게 준 게 나 이외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신은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실제로도 한국을 사랑했고,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에도 1976년, 1984년, 1987년 등 총 네 차례 한국을 방문한 후, 1992년 사망해 파리의 파시 공동묘지에 묻혔다.

김재윤 전 국회의원이 지난달 29일, 세상을 떠났다. 서울 서초구의 한 15층짜리 빌딩 아래에서 숨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해서 그의 사망소식이 세상에 알려졌다니 참으로 허망한 죽음이다. 특히, 대학교수와 국회의원을 지낸 유명인사의 마지막으로는 참으로 씁쓸하다.

그가 죽음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 세간에 수많은 설이 떠돈다. 특히, 검찰과 법원이 그에게 억울하게 옭아맸다고 보도했던 예전 방송내용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강우일 주교는 2일 장례미사에서 “나는 이 재판이 정의롭지 못한 재판이라고 확신했다”라고 말했했다.

확실한 것은 고인이 출소 시인으로 새로운 인생을 꿈꿨다는 점이다. 「수국」 외 9편이 문학상에 당선되며 문학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그는 산소가 부족한 이 세상에서 숨조차 쉬기 어려운 여린 토끼였나 였을까? 저렇게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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