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직의 음악칼럼17] 제주국제관악제 폐막을 바라보며

오승직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
오승직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

코로나19라는 어려움 속에서 개막했던 2021 제주국제관악제 및 제주국제관악콩쿠르 예선이 15일 8.15 경축음악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제주문예회관을 거점으로 제주아트센터, 해변 공연장, 서귀포 예술의전당, 세계자동차 피아노 박물관, 돌 문화공원 등 제주도 전역에서 공연이 펼쳐졌다. 다행히 날씨도 하루 이틀 정도 빼고는 무난하여 행사 일정을 소화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준비 과정부터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담당자 말을 들어보니 전국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늘어나는 시기였기에 참여 팀들이 갑자기 일정을 취소하는 사태가 빈번했다고 했다. 짐작건대 그때마다 새로운 일정을 다시 짜야하는 난감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각 공연장 담당자들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준비를 꼼꼼히 하였고 전문위원(자원봉사자)을 대상으로 코로나 방역 교육도 철저히 하여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하였다. 그래서인지 다행히도 행사 기간에 제주국제관악제 관련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올해 행사에서 눈여겨볼 대목 중 하나는 공연 대부분을 방송 송출했다는 점이다. 제주문예회관 공연은 전국 클래식 전문 방송 채널 Arte TV에서 생방송으로 전 공연을 방송하였고 청소년 관악단의 날 행사는 제주 KCTV 방송으로, 그 외의 공연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방송하였다. 방송 송출은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제한된 관객 입장 수에 따른 대응으로 매우 적절한 방법이었다. 실제 제주문예회관 공연 시 입장객 수 제한으로 인해 많은 관객이 입장하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상황도 있었다. 그분들에게 방송 송출은 그나마 위안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전 세계 제주국제관악제 팬들에게도 유튜브 채널을 통한 실시간 방송 송출은 직접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기회였을 것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제주의 전문 음악인들이 직접 사회 및 영어 통역을 맡은 점이다. 이것은 음악적 느낌과 용어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함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상을 전 세계로 송출함에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제주의 인재양성이란 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제주의 인재를 쓰고 키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미래의 우리의 자산이 아니겠는가. 이 모든 것들은 제주국제관악제 역사 속에서 의미있는 경험을 축적하고 유효한 데이터를 쌓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제주국제관악제의 꽃은 마에스트로 콘서트와 문예회관에서 탑동광장까지 이어지는 시가행진이라고 생각한다. 마에스트로 콘서트는 세계 최고 연주자의 연주를 직접 들을 멋진 기회이다. 쉽게 말해 고품격 고품질의 상품이다. 우스운 표현이지만 00자동차의 00시스는 독자적인 브랜드와 엠블럼을 개발하여 고급화에 성공한 사례이다. 마에스트로 콘서트도 제주국제관악제의 고품격 고품질 프로그램으로 개발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시가행진은 시민과 살을 맞대는 프로그램이며 관광 상품화할 수 있는 멋진 콘텐츠이다. 세계의 유명한 축제의 절정은 시가행진이 아니던가! 독특한 의상과 연출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발하여 참가자, 시민, 관광객 모두가 거리에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감성적인 프로그램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올해 이 두 가지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인해 진행되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코로나19를 넘어설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도리가 없다.

누군가는 ‘역사는 쓰인 것이 아니라 쓰이며 내려가는 것이다’라고 했다. 올해도 코로나19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제주국제관악제의 역사는 계속해서 쓰이며 내려가고 있다. 설령 앞으로 코로나19보다 더 큰 어려움이 닥쳐도 멈추지 않고 쓰이며 내려갈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함은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제주 음악을 위해 헌신하는 수많은 제주 음악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오승직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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