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했다.(사진=장태욱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했다.(사진=장태욱 기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지난 7월 2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유일하게 25%를 넘는다"면서 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뜻을 밝혔다. 그는 앞서 대통령 선거 1호 공약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5년간 모두 100조 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자영업자는 2018년 말 기준으로 약 564만 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가 71% 정도로 파악된다. 부동산 임대 매매업 28.6%, 도·소매업 22.4%, 서비스업 19.6%, 음식업 12.0% 등,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일수록 그 비중이 높다.

제주도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에 속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월 기준 제주도의 전체 취업자 37만 5000여 명 중 자영업자는 11만1000여 명을 기록했다. 제주도의 자영업자 비중이 29.6%의 비율로 전국 2위에 올랐다. 1위가 전라남도(30.5%)인데, 농업을 제외하면 제주도의 자영업자 비중이 전라남도보다 높다. 충청도 10.1%와 비교하면, 제주도의 자영업자 비중은 상당히 높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이다. 국내 자영업자 가구 평균 소득은 임금근로자 평균 소득에 비하여 낮고, 자영업자 가구당 부채 규모는 임금근로자 가구의 2배 이상이다.

대부분의 자영업은 폐업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자료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창업 후 5년 차 폐업률이 81.1%에 달했고 서비스업은 75.6%, 도·소매업 74.6%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가계소비가 위축되고, 영업에 제약이 강해지면서 자영업의 위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제주도는 가장 심각하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은 제주경제에 큰 충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중 제주지역 서비스업 생산은 큰 폭으로 감소(–10.4%)해, 전국에서 가장 부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도 16개 시·도 중 대구를 제외하고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과 올해 1월 상황을 비교하면 임시·일용직은 27.5% 감소했지만, 상용직 근로자는 4.6%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영세한 자영업일수록 위기에 취약하고 고용이 불안한데, 제주도의 산업구조가 그만큼 코로나19 위기에 취약하다.

제주도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수많은 자영업자가 생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더믹은 관광·서비스업이 주를 이루는 제주도를 주기적으로 괴롭힐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대응은 너무 안일하다. 원희룡 전 지사가 약속한 자영업자 지원은 결국 자영업자 수를 늘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게 뻔하다. 새로운 산업을 키워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서귀포에 대학을 유치해 인력을 육성하고 다양한 지원책으로 기업을 불러들여야 한다.

다음 도지사는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개발과 보전 같은 해묵은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거나 쉬운 정책으로 예산을 탕진할 사람 말고, 실용주의로 무장해 최소 50년 먹거리를 만들 사람을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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