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봉진 제주공항기상대 기상대장

 

김봉진 기상대장
김봉진 기상대장

오늘 날씨가 안 좋은데 비행기 뜨나요?” 제주공항에서 제일 많이 받는 민원 전화 중 하나이다. 문의를 한 민원인의 마음을 생각하면 정말 정확한 답변을 주고 싶은 게 우리의 마음이다.

하지만, 항공기 운항 가능 여부는 항공사마다 정해진 기준이 다르며, 항공사의 운항관리 담당부서에서 결정한다. 그러므로 공항기상대에서는 항공기 운항 여부에 대한 확답을 줄 수 없고,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주는 위험기상에 대한 정보는 성실하게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렇다면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기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제주공항의 위험기상하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용어인 급변풍이 있다. 급변풍(Windshear)은 바람(wind)과 자르다(shear) 결합된 용어로 대기 중에서 짧은 수평 또는 수직거리 내에서 바람의 방향과 속도가 갑자기 변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급변풍 원인의 하나인 양배풍은 항공기 운항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양배풍이란 활주로 양끝단 모두에서 배풍(tail wind)이 부는 경우, 항공기 뒤에서 흔들림을 일으켜, 이착륙에 위험을 초래한다.

두 번째로 저시정현상이 있다. 항공기 운항 시 저시정은 이륙할 때보다 착륙할 때에 더 중요하다. 저시정 현상이 나타날 경우 착륙 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거리가 낮아져, 시야 확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제주공항의 경우 저시정 현상은 안개일 때 가장 많으며, 그 다음으로 강한 강수에 의한 저시정이다. 제주공항에 최근 5년간 계절별 저시정 경보 발생 건수를 보면 32, 여름 20, 가을 1, 겨울 1건으로, 특히 5, 6월에 안개 발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공항의 저시정 경보 기준은 가시거리 800m 이하이지만, 시정 하나만으로 항공기 운항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항공기 기종이나 항공기에 장착된 첨단 기기의 여부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운항여부가 결정되므로 상황에 따라 운항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위험기상의 세 번째로 여름철 많이 발생하는 천둥번개가 있다. 항공기상청에서는 해당 공항에 천둥번개가 예상될 경우 천둥번개경보를 발표하고 있다. 번개 발생 지역에 항공기가 지나가면 번개에 의해 항공기가 손상되거나 항공기 무선통신을 방해하게 되는데, 번개 자체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 제주공항에서 천둥번개으로 인하여 결항 되는 건수는 전체 결항 건수의 약 4% 정도로 낮은 편이다. 다만, 천둥번개를 일으키는 구름 안에서 바람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에 위험기상요소 중 하나로 판단한다.

네 번째로 강풍이 있다. 공항에서 강풍경보의 기준은 평균풍속 25kts 이상, 순간최대풍속 35kts 이상일 경우이다. 강풍에 의한 항공기의 운항은 항공기 이착륙 방향에 맞바람이면 고마운 바람이 되지만, 측풍이나 배풍의 경우 항공기 운항에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제주공항에 강풍경보가 발효 중이라고 무조건 비행기가 결항 되는 것이 아니므로, 바람의 방향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 측풍의 강도에 따른 운항 여부는 항공사 또는 항공기 기종 별로 다르기 때문에 예약한 항공사로 문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위와 같이, 많은 기상요소들이 항공기 운항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제주공항기상대는 기상업무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비록, 제주공항기상대에서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 항공기 운항 가능 여부를 결정할 수가 없어 항공기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의 궁금증을 명확하게 해소해 줄 수는 없지만, 여행에 대한 부푼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해 더 정확한 항공기상정보를 생산하고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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