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에 출하된 감귤. 기사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장태욱 기자)
도매시장에 출하된 감귤. 기사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장태욱 기자)

올해산 노지감귤이 출하 초기 도매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6일 기준, 전국 농산물도매시장에 사장된 제주산 노지감귤의 평균 경락가는 5kg 한 상자 기준으로 7800원을 기록했다. 일주일 전인 19일에는 8000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지난해 같은 날 6700원보다는 다소 오른 가격이다.

하지만 자세한 사정을 알고 보면 상황이 심각하다.

노지감귤은 지난해 제주시에서 풍작을 이뤘는데, 올해는 서귀포의 작황이 좋다. 일반적으로는 서귀포의 감귤의 상대적으로 품질이 우수하므로, 올해는 감귤 가격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게다가 올해는 개화시기도 평년 대비 보름 이상 앞당겨져 길어진 일조시간 덕에 맛이 좋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실망스럽다.

최근 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는 문제도 있다. 서귀포시의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상자값도 모두 인상됐고, 일부에서는 작업비도 올랐다. 농가 수취가는 그만큼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농가 입장에서는 오른 게 오른 게 아니라며, 모는 게 다 오르는데 내 수입만 오르지 않는다는 푸념이 나온다.

10월 출하기에 감귤 가격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극조생 감귤에 있다. 기존 극조생 감귤은 일반적으로 당도가 8브릭스 안팎에 불과하고 껍질이 뜨는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당도가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에 대형할인점 등에서도 극조생 감귤 판매를 꺼리고 있고, 도내 주스 가공공장도 수매를 거부한다.

극조생 감귤은 11월 이후 출하되는 조생 노지감귤의 가격형성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시장에는 포도와 사과, 배, 감 등 감귤 외에도 소비자들이 선택할 과일이 넘쳐나는 상황이라 극조생 감귤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감귤에 다시 눈길을 돌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극조생 감귤이 전체 노지감귤 가격의 발목을 잡는다는 진단은 나온 지는 10년이 훨씬 넘었다. 행정당국이 품종 갱신을 유도하기 위해 우량 품종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쓰고 있지만,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최근 과일시장에는 개량종 우수 품목들이 해마다 나타난다. 그중에 대표적인 게 샤인머스켓이다. 청포도와 망고의 맛을 겸비하고 씨가 없으며 극강의 단맛을 자랑하는 품목이다. 과일 애호가들은 가장 완벽한 과일이라 칭송한다. 저장성까지 좋아 가을부터 봄철까지 시장에 공급된다.

상황이 이런데 언제까지 경쟁력이 없는 품목을 붙들고 있어야 하나? 물론 품종을 교체하는 게 여간한 일은 아니다. 나무를 심어 수확을 보기까지 최소 3년의 공백기는 감수해야 하고, 원래대로 수확량을 회복하기까지는 더 긴 세월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맛이 좋으면 비싸도 지갑을 열지만, 맛이 떨어지면 가격이 싸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감귤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결단을 미루면 대학나무의 명성을 되찾는 것은 고사하고, 감귤농업의 생존마저 위태로워진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