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태욱 편집국장

아이들이 어린이날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있다.(사진=장태욱 기자)
아이들이 어린이날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있다.(사진=장태욱 기자)

아이 울음소리를 들어본 지 몇 해가 지났는지 모른다는 마을들도 많다. 이미 많은 지방에서 학교가 문을 닫고 관공서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많은 지방이 소멸을 걱정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일본은 20년간 저성장의 터널에 갇히면서 출산율이 계속 하락했고, 평균연령은 꾸준히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한국보다 앞서 지방소멸의 위험을 직면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와테현(岩手?) 지사와 일본 총무대신을 역임한 마스다 히로야(?田?也)는 지방소멸 위기를 심각한 국가문제로 인식하고 2014년에 보고서를 작성했다. 「마스다 보고서」인데 국내에는 「지방소멸」(와이즈베리, 2015)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마스다는 저출산과 고령화뿐만 아니라 청년층 인구의 수도권 집중 또한 지방소멸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마스다는 지금 흐름대로면 일본 전체 인구가 대도시권으로 빨려들어 가면 지방이 먼저 소멸하고, 출산율이 극도로 낮은 대도시권에서는 고령화로 느리게 소멸할 것으로 우려했다. 때를 놓치면 가임여성의 수가 급속하게 감소해 회복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렸다.

제주연구원 고태호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서귀포시 인구정책 방향 및 전략’ 보고서를 보면 서귀포의 상황이 심각하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귀포시 고령인구는 3만5434명이다. 2010년(2만3990명)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4.0% 증가했다. 유소년 인구는 2020년 기준 2만3547명인데, 2010년(2만4633명)이후 10년 동안 연평균 0.4%씩 감소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서귀포시 인구소멸위험지수는 2021년 주의단계(0.53)에서, 2023년 인구소멸 위험지역(0.47)으로 진입할 전망이다. 서귀포시에도 지방소멸의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송미령 연구위원 등이 지난 10월에 발표한 「2020년 귀농·귀촌 동향과 시사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20년 귀농·귀촌 인구는 49만4569명으로 전년 대비 7.4%나 증가했다. 이례적으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한 인구가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인구를 넘어섰다. 연구자들은 2020년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는 게 ▲코로나19에 따른 농촌 선호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주택난 ▲청년 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사업 등의 영향으로 30대 이하 귀농 가구 증가 등에 따른 결과로 해석했다.

귀촌인의 평균 연령은 42.2세로, 귀촌인 가운데 30대 이하 비율이 48.0%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농촌을 삶과 일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젊은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귀촌인 증가율 30위권 내에는 비수도권 군 지역도 13곳이나 포함됐다. 이 가운데 강원도 화천군과 전라북도 완주군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화천군은 교육정책에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2010년 교육예산에 558억 원을 편성하고 교육에 다양한 형태로 투자한다. 화천 출신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면 등록금을 100% 지원하고, 월세나 기숙사비로 월 50만 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완주군은 대한민국 로컬푸드 수도로 정평이 난 곳이다. 로컬푸드협동조합과 관내 농협, 완주군공공급신센터 등이 로컬푸드매장 10곳을 운영한다. 농민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자유롭게 진열하고 가격도 스스로 결정한다. 전북혁신도시가 인근에 들어서면서 매장을 찾는 소비자는 부쩍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쾌적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촌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서귀포시가 인구소멸 위기에 대비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인구소멸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화천군과 완주군이 앞서 나름을 답을 찾아 알려주지 않았나? 자치권이 없어서 못한다면, 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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