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시민사회 대표들이 지난 2018년 서귀포칼호텔을 검찰에 고발하는 장면(사진=서귀포시청 DB)
서귀포 시민사회 대표들이 지난 2018년 서귀포칼호텔을 검찰에 고발하는 장면(사진=서귀포시청 DB)

 

서귀포칼호텔이 공유지를 무단 침범해 사용한 사안과 관련한 법적 분쟁이 2년 10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대기업이 무단으로 점유했던 녹지공간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광주고등법원 제주1행정부는 주식회사 칼호텔네트워크가 제기한 ‘원상회복(철거명령) 및 계고처분취소’ 소송과 관련해 조정안을 발표했다. 칼호텔 측은 공공도로를 원상 복구하고 시민 쉼터를 조성해 개방하고 서귀포시는 칼호텔 측에 국유재산 사용허가를 연장해 내준다는 게 조정의 골자다. 서귀포 시민사회는 그동안 진행했던 어려운 싸움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시귀포시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모임(공동대표 허정옥. 윤봉택 이하 ‘서미모’), 서귀포시민연대(상임대표 강영민, 이하 ‘시민연대’)는 지난 2018년 8월 7일, 서귀포칼호텔을 제주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서귀포칼호텔이 지난 33년 동안 호텔 경내에 존재하는 공유수면 구거를 불법으로 매립해 테니스장과 잔디광장 등을 만들고, 공공도로 불법으로 점용해 건축물을 지었다고 밝힌 후, 결과적으로 도로법(제4조), 건축법(제11조), ‘공유수면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제28조) 등을 위반하며 서귀포 천혜의 자연환경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서귀포시는 논란이 일자 2018년 현장조사를 벌이고 그해 12월 공공도로를 불법 사용했다며 국유재산법에 따라 변상금 8400만 원과 원상복구를 명령했다. 그리고 불법으로 매립한 구거와 칼호텔 측이 불법으로 형질을 변경한 공공도로에 대해 원상 복구하라고 명령했다. 서귀포시는 칼호텔 측이 호텔 산책로와 공원, 유리온실 등을 조성하며 국공유지 일부를 침범했다며 이 같은 조처를 했다.

행정처분에 한진측은 유명 로펌을 내세워 소송으로 맞섰다. 2019년 1월 원상회복(철거명령) 및 계고처분 집행정지 신청과 더불어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5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서귀포시가 승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칼호텔 측이 국유재산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지만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서귀포시의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칼호텔 측이 이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3년 가까이 법적 분쟁이 이어오다 법원의 조정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소송의 당사자인 서귀포시는 그동안 법원에 조정안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의견을 전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시민사회가 문제를 제기하며 불거진 소송이기 때문에, 서귀포시는 시민사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최근 서귀포시에서 난개발과 부동산투기가 기승을 부리는 점을 고려해보면, 시의 이 같은 처신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물론 조정권고는 화해를 위한 법원의 권고에 해당하며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은 없다. 양측은 조정권고안이 도착하면 법원의 조정권고안에 따를 의사가 있는지를 법원에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최종 결과와 상관없이 시민사회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나섰고, 행정이 시민사회와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는 점만으로도 훌륭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활동가들에게 응원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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