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인류를 짓누르는 코로나19가 좀체 물러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년 넘게 기승을 부리는 감염병의 위협 앞에 인류는 너무나 무기력하다. 이동과 활동이 제약을 받고,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미?중간 패권경쟁의 파열음도 심각하다. 두 강대국은 군사적 긴장을 넘어서,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영역에서 경쟁한다. 때론 건달처럼 힘을 동원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물자의 생산과 교역은 순조롭지 못하고, 세계 경제는 불안하다.

미국과 북한 간의 해묵은 긴장과 갈등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북한에 핵을 없애라고 윽박지르고, 북한은 미국에 경제제재를 풀고 체제를 보장하라고 눈을 부라린다. 수십 년이 지난 싸움인데,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의 외교 마찰도 반복된다. 대체로 과거사와 독도문제가 두 나라의 발목을 잡는데, 양국 정부가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이 강하다. 한?일 갈등으로 제주도의 어민들은 일본 측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조업하지 못하고, 해녀들이 잡은 소라와 양식 광어는 수출길이 막혔다.

대외 여건이 이래서 국내 혹은 지방이 활기를 띠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다.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하루 버티기가 어렵다는 아우성을 지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서귀포시라고 상황이 좋을 리 없다. 코로나19로 관광산업이 위기를 맞았고 이주 열풍의 거품이 꺼지면서, 지역경제에는 깊은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제 고령화의 그림자 속에서 장기적으로는 도시소멸을 걱정하는 단계에 있다.

20대 대통령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두 거대정당이 후보가 서로를 비난하며 이전투구(泥田鬪狗) 격으로 싸우는데, 이 위기를 무슨 방법으로 돌파할지 해법을 내놓지는 못한다.

결국 지역의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오로지 지역의 책임이다. 그래서 20년 전 나왔던 ‘세방화(世方化, glocalization)’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세계화(世界化, globalization)와 지방화(地方化, localization)의 합성인데, 지방이 세계적으로 사고하고 해법을 스스로 찾아 국제사회에서 경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서귀포시는 ‘세방화’ 전략을 세우는 것도 불가능하다. 2006년 주민투표에서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는 안이 가결됐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기초자치단체 폐지가 우리의 삶을 후퇴시킬 줄은 아는 이가 별로 없었다.

임인년(壬寅年), 올해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연속해서 열린다. 그간의 굴욕적인 구조를 타파하고 서귀포를 변화시킬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선거를 지렛대 삼아 자치권을 되찾고 도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

전 세계가 침체의 늪에 허우적거릴 때, 그 스스로 그 해법을 찾아 돌파하는 명품 도시를 만들고자 꿈이라도 꾸기 위해서는 빼앗긴 자치권부터 되찾아야 한다.

이제 도시에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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