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시장을 도지사 후보가 사전에 예고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교육의원 제도를 폐지하자는 내용으로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했다.

이해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동구을)이 지난 11일 이 같은 내용으로 제주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제주시갑 선거구 송재호 의원 등 9명이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발의자들은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종전 4개 시ㆍ군 행정체제가 2개 행정시 체제로 전환된 이후, 행정시 체제에 대해 행정의 민주성과 주민참여의 약화, 지역 간 불균형, 행정서비스 질 저하 등의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안은 도지사 후보는 선거에 출마할 당시 행정시장에 임명할 사람을 예고하도록 했다. 사실상 선거 러닝메이트 제도를 도입해 행정시장에 대해서도 유권자의 선택을 거치도록 한다는 취지다.

제주도 교육위원회 관련 조항은 전부 삭제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만 남아있는 교육의원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특별법 개정안의 내용이나 국회에 제출되는 과정을 보노라니 제주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현재 단일 광역행정체제를 손보지 않은 문제가 있다. 2006년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된 후, 산남·북 불균형이 심화하고 풀뿌리민주주의가 훼손됐으며, 행정만족도가 떨어지는 문제는 그동안 수많은 연구자가 제시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자치단체를 복원해야 할 텐데, 행정시장을 사전에 예고하는 수준으로 제도를 손보려고 했다. 이런 허술한 법안을 제안한 의도가 궁금할 뿐이다.

제주도 국회의원이 3명이나 있는데, 이들이 모두 뒤에 숨고 서울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국회의원이 대표발의자로 나선 것도 우습다. 주민참여나 민주성 회복, 지역 균등 발전 등은 그동안 도민사회 특히 서귀포 시민이 꾸준히 요구했던 의제다. 이런 문제를 놓고 공론의 장을 만들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일은 지역 정치인들이 당연히 해야 하는 임무다. 이런 중차대한 일을 다른 지역 정치인에게 떠밀고 뒤에 숨었다면,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자신의 지역구 주민을 2등 국민으로 버려두고도 중앙권력에 충성심을 과시하며 자리를 보전하겠다는 정치인이라면,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 손으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교육의원 폐지를 깜짝 쇼로 밀어붙이려는 방식도 문제다. 현재 교육의원 제도의 부작용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민주적이어야 한다. 가장 적절한 방식은 지역에서 공론장을 형성하고 거기에서 대안을 마련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다. 지난 2006년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공론장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이 주도하는 주민투표로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는 바람에 15년 넘게 도민사회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정치에는 책임이 따른다. 이런 기본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주민을 무시하는 정치인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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