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스타는 영국과 유럽대륙을 관통하는 고속열차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 도버해협을 연결하는 영불해저터널이 건설되면서 영국은 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됐다.(사진=pixabay 제공)
유로스타는 영국과 유럽대륙을 관통하는 고속열차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 도버해협을 연결하는 영불해저터널이 건설되면서 영국은 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됐다.(사진=pixabay 제공)

해저터널은 육지와 육지 사이에 바다가 강이 있을 때, 그 사이에 자동차나 기차,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연결하는 통로다.

국내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건설된 통영의 해저터널이 최초인데 이후 2017년 인천북항해저터널(인천김포고속도로 일부 구간 5.64km)과 2019년 보령해저터널(대천항-원산도 6.9km 구간)이 각각 건설됐다.

나라와 나라를 잇는 해저터널로는 영국과 프랑스 사이를 연결한 영불 해저터널이 유명하다. 유로스타(Eurostar)는 영국과 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고속 열차인데, 섬인 영국과 유럽 대륙에 있는 프랑스 사이 도버해협 50㎞ 구간을 영불해저터널을 통해 지난다. 당초 예상보다 큰 비용이 소요돼 많은 논란을 불러왔지만, 영불해저터널 공사가 끝나자 영국은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전남과 제주간 해저터널 구상을 공식적으로 가장 먼저 거론한 이는 박준영 전 전남지사다.

전남 완도에서 제주를 연결하는 109㎞ 구간을 도로로 연결하되, 완도-보길도 구간(36km)은 선박 운항과 경관 등을 고려해 섬과 섬을 잇는 교량으로 연결하고 보길도와 제주도 간 73㎞는 해저터널로 건설하자는 구상이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김태환 제주지사와 함께 해저터널을 국가기간교통망에 반영해줄 것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하지만 전라남도와 제주도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제주까지 KTX 고속철도를 놓는 해저터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며 해저터널 사업을 흔들어 깨웠다. 전라남도와 제주도를 잇는 해저터널을 건설하고 거기에 KTX 고속철도를 연결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런데 8일 KBS는 ‘제주-전남 해저터널 건설’ 사업이 이재명 후보의 제주 지역 공약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KBS는 8일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한 뒤, 해저터널 건설에 대한 제주 도민사회 반발을 우려해 이재명 후보가 ‘제주-서울 고속철 건설’을 공약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서귀포 농민들은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대목에 연이어 물류대란을 겪었다. 지난 추석에는 태풍 찬투가 기습해 제주도 주변에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해상 운송이 중단돼 설 대목에 농민들이 농산물 출하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택배도 조기에 마감되는 바람에 농민들이 농산물 판매에 애를 먹었다. 특히, 향금향 재배농가들이 입은 피해가 극심했다.

이번 설에는 택배노조가 대목을 앞두고 파업에 돌입하는 바람에, 농민들은 수확한 만감류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판장에 밀어 넣었다. 그 바람에 도매시장 중매인들은 창고마다 설 전에 싸게 사들인 과일이 지금까지 쌓여있다.

물류는 경제의 혈류와도 같다. 물류를 원활하게 하지 못하면 지역 경제가 쇠퇴하는 것은 자명하다. 신공항이든 해저터널이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물류 마비를 내버려두는 정치는 뇌경색 환자를 방치하는 의사만큼이나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치가 제 역할을 다하도록 시민이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