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장태욱 편집국장

무히카 대통령의 홀동을 보여주는 사진들. 왼쪽은 대통령에 취임하던 날이다. 오른쪽 위는 2009년 선거 기간 지지자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고, 오른쪽 아래는 재임 기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하는 모습이다.(사진='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21세기북스)
무히카 대통령의 홀동을 보여주는 사진들. 왼쪽은 대통령에 취임하던 날이다. 오른쪽 위는 2009년 선거 기간 지지자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고, 오른쪽 아래는 재임 기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하는 모습이다.(사진='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21세기북스)

지구에서 볼 때 우리나라와 정반대에 있는 우루과이, 영토 면적이나 인구로나 남미에서 가장 작은 나라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소득 수준도 중남미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다. 행정 투명성과 교육, 치안 등 모든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우루과이는 주변 나라들의 부러움을 받는다. 사회 경제적 번영도 원인이지만,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라는 지도자가 결정적이다.

무히카는 1935년 5월,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청년기를 보낸 1960년대, 우루과이의 대격변의 시대였다. 그는 이때 군사독재에 맞서는 게릴라 조직 투파마로스의 리더로 활동했다. 사탕수수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섬유회사 창고를 습격하다 발각돼 8개월간 구금되기도 했고, 술집에서 경관과 격투를 벌이다 6발의 총상을 입고 수술 끝에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1972년에는 교도소에 복역 중 탈옥에 성공해 지하 활동에 가담했다. 그 와중에 평생 정치적 동지인 루시아 토폴란스키를 만나 결혼해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이후 부부는 체포되어 오랜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1973년에는 우루과이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고, 군사독재가 12년간 이어졌다. 군사정권이 끝날 무렵 무히카-루시아 부부는 국제사면위원회의 도움으로 석방됐다.

1989년, 그는 변화된 우루과이 공화국 제도를 높게 평가하며 급진적 정치혁명을 보류하고 민주주의 체제에 합류하자고 동료 투사들을 설득했다. 투파마로스는 합법 활동으로 전환하고 광역전선으로 알려진 좌파연합에 합류했다.

무히카는 1995년에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게릴라 조직인 투파마로스 대원 가운데 최초로 의회에 입성한 것이다. 1999년과 2004년 연거푸 상원 의원으로 선출됐고, 2005년 바스케스 정부가 출범하자 농림축산수산부 장관을 맡고 2008까지 활동했다. 그리고 2009년 경선을 거쳐 광역전선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고, 2009년 11월 29일 열린 결선투표에서 52%를 득표하며 우루과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모든 구습을 타파하기 위해 정계에 입문했기에 늘 검소했다. 여느 정치인과는 다른 화법을 구사했고, 외모에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대통령 취임식에도, 유엔 연설에도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사저인 농장에서 출퇴근했고, 주말이면 작업복을 입고 텃밭에서 땀을 흘렸다. 강풍에 이웃집 지붕이 날아가자 달려가 집주인을 거들다 얼굴에 상처를 입는 일도 있었다. 그가 언론을 통해 한 말이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거리가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지나치게 받들어 모시는 풍조를 없애야 한다.”

1년에 한 번씩은 도심에 있는 대통령 관저로 소년소녀 가장, 노약자, 장애인을 초대해 위로잔치를 베풀었다. 대통령 월급의 90%를 사회에 기부하고 가난하게 살았다. 대통령에 있을 때나 퇴임했을 때, 그의 재산은 1987년식 낡은 자동차 한 대와 오래된 농가주택이 전부였다.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는 말에는 울림이 있다.

“내 인생의 철학은 절제다. 이것은 내핍과는 다르다. 나는 필요한 만큼 소비하고 낭비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살 때 그것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벌기 위해서 쓴 시간으로 사는 것이다.”

무히카는 대통령에서 퇴임한 후 2015년과 2020년 열린 상원의원 선거에 연속으로 당선됐지만 2020년 10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고 정계에서 물러났다.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다. 당선된 자는 청와대에서 국민이 추인하지도 않은 참모들 베일에 가려서 5년을 보낼 것이다. 대한민국 유력 후보들과 무히카 대통령의 이미지는 한반도에서 우루과이까지 거리만큼이나 멀다.

우리도 농사지으며 이웃과 어울리는 대통령을 만나는 날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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