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호남 도시공학 박사

이 일을 완성하는데 15년 걸렸습니다.” 국가적 규모의 기반시설을 만들어내느라 인생 절정기를 바친 최고경영자의 회고였다. 200910월에 개통된 이 시설은, 공사에 착수한 뒤 완공까지 44개월이 소요됐지만 필요했던 시간은 짧지 않았다. 단순한 구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를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외국자본을 끌어들였으며, 국가의 허락을 맡았고, 건설팀을 꾸려 그 계획을 실행해야 했다. 그가 이룩한 결과는 서부 수도권의 교통흐름과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외국계 민간투자를 통해 우리나라의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한 사례로 크게 칭송받았다, 영국건설전문지, 유럽금융전문지와 미국토목학회 등의 관심을 받더니 마침내 국제프로젝트 경영협회(IPMA)로부터 대상을 받았다. 세계적 과업을 이루었음을 공인받은 것이다. 그런 분을 직접 뵙고 대화를 할 기회를 얻었다. 작별인사를 드릴 무렵에는 장대한 결과물에 감탄하면서도, 더 이상 그런 큰일은 못할 거 같다는 아련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인생은 유한하다. 우리는 모두 어떤 재능 가지고 태어난다. 살면서 인생의 기회들도 만난다. 하지만 후회 없는 시간쓰기는 쉽지 않다. 단호히 결정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사이 나의 시간은 휙 지나간다. 그러므로 인생의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지 정하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 사람이 한두 가지 일을 하면서 사는 이유가 그것일 거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이 한 가지 목표를 정해 모이기도 하고, 여러 목표를 세운 사람들은 함께 연합하기도 한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계적 기업인 제네럴일렉트릭(GE)과 삼성의 경우를 살펴본다.

다리미와 토스터를 생산하지 않는다면 우리를 어떻게 더 이상 GE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은 어떤 사람이죠? GE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가전사업부를 매각할 정도라면.” 19831128일부터 시작된 잭 웰치의 매각협상은 B&D에 가전사업부를 3억달러에 매각하며 끝났다. 설립 후부터 미국 가전의 상징이었던 GE가 가전을 포기하는 것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회장인 잭 웰치는, GE1등 아니면 2등이 아닌 사업은 포기하는 것이 미래 생존에 필수적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고용을 창출하고 국가에도 이익이 되는 사업은 없을까?’ 19534,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 시대에 맞는 사업을 찾아 고심하던 이병철이었다. 그는 종이, 페니실린, 설탕을 두고 한 동안 준비한 뒤 마침내 설탕으로 결정했다. 설탕은 국내 제조공장이 없었고, 수입가는 3배가 비쌌으며, 공장설립을 위한 견적기간도 6개월, 8개월보다 짧은 3개월이었다. 제일제당이 시작된 것이다. “조사자료의 숫자만 가지고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 때 요구되는 것은 최고경영자의 직관이다.” 1969113일 이병철은 또 하나의 결단을 실행한다. 삼성전자의 출범이다. 훗날 그는 회고한다. “우리 경제가 앞으로 제2의 도약을 이룩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기술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기술산업 분야의 개척이다.”

이 기업들에는 막대한 자본이 있고, 뛰어난 교육을 받은 열정적 인재들도 많다. 하지만 아무리 큰 조직이어도 한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모든 분야를 잘 할 수 없고, 모든 분야에서 성공할 수 없다. GE와 삼성은 그것을 알았기 때문에 무엇을 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이다.

경영,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봄이 오고 있다. 새로운 시대가 또 시작될 것이다. 어린이들은 새 학년을 시작하고 어른들은 새로운 작물을 일구어야 한다. 무한정 반복될 것만 같은 하루지만 단 한 번만 주어진 기회일지 모른다. 우리는 새로 시작되는 아침마다 질문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지,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가 질문한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강호남 박사
강호남 박사

저자 소개

       강호남

       서귀포시 출생,  남주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도시공학 박사

       건축시공기술사,  (주)델로시티 상무

       국민대 출강                            

       서울시 중구 건축위원회 심의위원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