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사진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 일호광에서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운동원들이 홍보전을펼치던 장면이다.(사진=장태욱 기자)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사진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 일호광에서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운동원들이 홍보전을펼치던 장면이다.(사진=장태욱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치열한 선거전 끝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48.56%를 득표하며 이재명 후보(득표율 47.83%)를 따돌려 당선됐다. 두 후보의 표차는 24만7077표로, 그야말로 근소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고, 촛불혁명이 이어지면서 국민의힘은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이어 벌어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국회의원 총선거 등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재기의 가능성을 찾지 못했다. 당분간 수십 년 정권을 되찾지 못하고 만년 야당 신세를 유지할 것 같았던 국민의힘은, 지난해 4월 열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재기의 불씨를 살렸다.

현 정부하에서 벌어진 국토부와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부동산 정책 실패 등에 민심이 돌아섰고, 유권자들은 권력 핵심부와 사사건건 충돌했던 윤석렬 검찰총장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근소한 표차에 아쉬움을 거두지 못한다. 경력 8개월의 정치 신인에게 청와대 권력을 내줬다는 일에 자존심이 상하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윤석열 당선자의 가족과 불거진 여러 추문을 고려하면, 대선 결과를 수긍하기 어려울 테다.

우리 국민에게는 자타가 공인하듯 매우 역동적인 기질이 있다. 실제로도 그런 역동성 때문에 IMF 외환위기도 극복했고, 한류 문화도 꽃을 피웠다. 세계경제의 위기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도 이룰 수 있었다.

국민의 역동성은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도 큰 자산이 됐다. 영국 런던타임스가 1952년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열망하는 것과 같다'고 보도했지만, 한국에서는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아시아에서 드물게 민주주의를 찬란하게 꽃피웠다.

대선 이후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가 있다.

윤석열 당선자와 국민의힘은 집권 청사진을 그리고 이를 현실에 옮기는 일에 주력해야 하는 반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그간에 약속했던 개혁 과제를 마저 마무리해야 한다. 최근 민주당이 정치제도 개혁을 포함해 밀린 숙제를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 일을 처리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일은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 2004년 이후 18년 동안 민주당은 제주도 국회의원 3석을 싹쓸이했다. 그간 국회의원 가운데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약속한 이들도 있었지만, 직접 법률개정에 나선 것은 오영훈 의원이 처음이다. 국회 내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활용해 고사하는 풀뿌리민주주의에 생명을 불러오길 기대한다.

역동적인 유권자는 공화제하에서 언제든지 권력을 갈아치울 의지를 가진다. 정치인은 한 차례 실수나 부패 스캔들로 나락을 빠지기에 십상이다. 반면, 유권자의 의견을 듣고 정책과 입법을 끈기 있게 하는 자들이면 언제든지 민심을 얻을 기회가 생긴다. 정치인과 유권자 모두 자신의 숙제를 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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