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하승수 변호사
하승수 변호사

3월 20일이 ‘세계 행복의 날’인데, 해마다 그날을 앞두고 세계행복보고서가 발간된다. 보고서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행복도를 비교해서 순위를 발표한다. 올해는 146개국을 대상으로 비교했는데, 대한민국의 행복도는 59위를 차지했다. 작년에는 62위였으니, 조금 순위가 올랐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제수준 등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순위이다. 필리핀(60위), 중국(72위)보다는 높지만, 대만(26위), 일본(54위)보다 낮다. 대한민국이 경제수준과 비교하면 행복하지 못한 국가라는 것은 높은 자살률 등으로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

그리고 이런 조사에서 행복하다고 나오는 국가들이 어떤 나라인지도 이미 다 알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핀란드(1위), 덴마크(2위), 아이슬란드(3위), 스위스(4위), 네덜란드(5위), 룩셈부르크(6위), 스웨덴(7위), 노르웨이(8위) 같은 유럽의 국가들이 행복한 나라들로 나타났다. 이렇게 행복도 상위국가에 이름을 올리는 나라들은 매년 큰 변동이 없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왜’와 ‘어떻게’라는 것이다. ‘왜’ 대한민국의 행복도는 이렇게 떨어지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1인당 GDP와 기대수명 측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소득이 부족해서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낮은 평가를 받는 부분은 ‘스스로 삶을 선택할 자유’ ‘사회적 지원’, 부정부패 같은 측면이다. 불평등이 심해지고 소위 말하는 좋은 일자리를 갖기가 어려우므로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그리고 사회안전망이 여전히 취약하여서, 자원이 부족한 청년들이나 한번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 살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언제나 ‘내가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크다. 게다가 이렇게 불평등이 심하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데, 소수 기득권층에 의해 저질러지는 ‘부정부패’는 심각하다. 각종 특혜와 이권을 둘러싼 뇌물수수뿐만 아니라, 채용비리, 투기 등도 심하다. 이런 요소들이 대한민국의 행복도를 떨어뜨린다.

어떻게 해야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 물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각자의 노력도 필요하다. 종교인들이나 철학자들의 공통된 얘기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흙과 자연을 가까이하면서 욕심 없이 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개인적 차원의 ‘행복비결’만으로는 해답이 되지 못한다. 모두가 그런 삶의 태도를 보이기에는 이 사회가 너무 각박하다.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가지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지금 행복하다고 하는 국가들도 개인의 수양을 통해서 ‘비교적 행복한 사회’를 만든 것은 아니다. 지금 행복순위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국가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든 비결은 ‘정치’다. 제대로 된 ‘정치’를 통해서 부정부패를 없애고, 사람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사회적 지지망을 깔고, 그럼으로써 각자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그것을 위해 법을 만들고, 정부의 재정을 사용해 왔던 것이다.

따라서 행복하다고 하는 국가들에서 대한민국이 배워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정치’다. 그리고 그 나라들이 택하고 있는 정책과 제도들이다.

그리고 선거기간은 이런 얘기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시기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부족한 것은 허황한 성장과 일자리 공약보다는 사회적 지지망(안전망)을 구축하고 부정부패를 없애는 것인데, 대선에서 그런 논의는 부족했다.

대한민국이, 그리고 우리 지역이 더욱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는 방안을 논의되는 선거가 되고, 정치가 되어야 한다. 부디 6월 지방선거에서라도 이런 논의가 풍성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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