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호남 도시공학 박사

캐리비안하면 연상되는 두 가지. 국내 최대 놀이동산 <캐리비안 베이>와 조니 뎁 주연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다. 어쩐지 캐리비안이란 말은, 위험하지만 재미있는 모험, 그리고 그 배경이 될 풍성하고 아름다운 열대 바다를 떠올린다. ‘캐리비안 바다(Caribbean Sea)’란 카리브해를 말한다. 북아메리카 남단 플로리다 주에서 남아메리카 북단 베네주엘라 사이에 위치한 2,754,000의 바다. 카리브해 중심에는 쿠바와 자마이카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면적 75%의 히스파니올라 섬이 있다. 이번엔 이 섬의 두 나라 이야기다.

히스파니올라 섬이 역사에 등장한 것은, 1492년 콜럼버스부터다. 당시 5,000년 간 거주해 온 아메리카 원주민 타이노50만 명이 있었다. 에스파냐인들은 그들에게 금 캐는 일을 강요했으며, 1519년엔 인구가 11,000명까지 줄어든다. 이후 에스파냐인들은 아프리카 노예를 수입, 사탕수수 재배를 시작한다. 볼리비아에서 나는 은과 이곳의 사탕수수는 식민지에 큰 부를 가져와 16세기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해적들의 출몰을 부른다. 바로 여기에서 <캐리비안의 해적>의 영감이 시작된다. <망자의 함>에서 잭 스패로우가 장대에 묶인 채 우스꽝스레 도망가던 식인종 마을이, 섬 중남부 모르네트루피아통 국립공원이다. 프랑스 해적과 함께 등장한 프랑스 무역상들은 섬의 서쪽을 차지했고, 1795년엔 에스파냐로부터 섬 일부를 양도받는다. 1801년 섬의 반란군에게 패한 프랑스는 1804년에 식민지를 포기한다. 섬 서부는 아이티라는 이름으로 독립한다. 아직 에스파냐 식민지로 남아 있던 섬의 동부, 산토도밍고는 아이티의 침략을 받다가 1821년에 독립한다. 아이티인들은 1850년대까지 산토도밍고를 침략했으나 완전히 정복하진 못했고, 한 섬 두 나라 체제가 자리를 잡는다.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이다.

캐리비안의 두 나라는 비슷한 역사와 지리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유럽 시각으로 두 나라는 완전히 다르다. 아이티는 외국인에게 적대적인 아프리카 사회이고, 도미니카는 유럽과 미국에게 개방적인 유럽화된 사회다. 불안한 정국은 비슷했다. 아이티에서는 1843년부터 1915년까지 73년 동안 대통령이 22번 바뀌었다. 그 중 21명이 암살당하거나 압력으로 물러났다. 도미니카에서는 1844년부터 87년 동안 대통령이 50번 바뀌고 30번의 쿠테타가 일어났다. 그런데 현재 도미니카의 1인당 국민소득은 9,195달러(2020)인 반면, 아이티의 국민소득은 719달러(2017)로 라틴아메리카 최빈국이다. 20세기 최악의 군부독재를 경험한 것도 똑같은 두 나라는 왜 이렇게 큰 차이가 생겼을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장기적 이유인 철학. 아이티는 폐쇄를, 도미니카는 개방을 선택했다. 둘째 단기적 이유는 지도자. 1930년 도미니카 대통령이 된 라파엘 트루히요는 무시무시한 공포정치를 펼치면서도 인프라와 공업발전을 주도했다. 내전 후 1966년 정권을 잡은 호아킨 발라게르는 설탕 수출, 공산품 제조 및 국립공원 육성에 힘썼다. 같은 시기 아이티 공포정치가인 프랑수와 뒤발리에는 산업화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아들 대까지 집권하다 1986년 망명했다. 그 결과는 어마어마한 차이로 나타났다.

사람의 사고체계가 삶의 큰 차이를 가져오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동쪽과 서쪽만 다를 뿐 모든 것이 유사한 캐리비안의 섬나라는 우리에게 흥미로운 교훈을 준다. 우리는 어떤 철학을 취할 것인가? 우리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가정에 가풍이 있고, 학교에 학풍이 있듯 사회와 국가에도 흐름이 있다. 그것은 공동체를 관통하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열린사회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개방의 변화에도 더 잘될 것이라는 믿음. 두렵지만 결과는 더 좋을 것이다. 초연결사회의 미래. 변화를 환영한다.

 

강호남 박사
강호남 박사

저자 소개

       강호남

       서귀포시 출생,  남주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도시공학 박사

       건축시공기술사,  (주)델로시티 상무

       국민대 출강                            

       서울시 중구 건축위원회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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