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장태욱 편집국장

서귀포농민회가 서귀포향토오일장에 CPTPP 가입에 반대하는 내용으로 현수막을 게시했다.(사진=장태욱 기자)
서귀포농민회가 서귀포향토오일장에 CPTPP 가입에 반대하는 내용으로 현수막을 게시했다.(사진=장태욱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문승욱)가 15일, ‘제228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CPTPP 가입 추진계획」을 서면 의결했다고 밝혔다.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통상협상 개시 전 통상조약의 체결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CPTPP 가입은 TPP 시절부터 8년 이상 검토해온 과제”라며 “정부가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대응하고 아태지역 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한 걸음 나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15년 10월,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브루나이, 싱가포르, 멕시코, 칠레 등이 참여한 가운데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TPP)이 발족했다. 2017년 미국이 TPP 협상 철회를 선언하면서 남은 11개국이 협상을 이어서, 그 결과가 2018년 CPTPP로 나타났다.

2017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세계경제를 지배했다. 미국과 중국은 출구 없는 무역 분쟁을 이어가고 있고 한국과 일본도 외교적 마찰로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 수출의 핵심품목인 반도체 원재료 수출을 규제하고, 한국은 그에 대응해 일본산 불매운동을 펼친다. 코로나19의 발원지를 두고 호주와 중국 간의 촉발된 논쟁은 호주산 쇠고기 및 석탄 수입규제로 이어졌다.

세계경제가 무역마찰로 어려움을 겪는데, 최근 여러 나라가 CPTPP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다. 영국, 중국, 대만 등이 CPTPP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고, 한국, 미국, 콜롬비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6개국은 가입의향을 표명했다.

동국대 송백훈 교수의 연구로는, 한국은 CPTPP 11개 회원국과 소폭의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다. 일본으로부터는 제조업의 중간재 수입이 크지만, 호주, 칠레 등은 한국이 구리, 철광석 등 천연자원을 수입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베트남으로부터는 가장 큰 무역수지 흑자를 보인다. 베트남은 우리나라 기업이 많이 진출한 국가로, 국내 모기업과 현지 기업 사이 거래가 무역수지 흑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CPTPP 가입을 희망하는 8개 국가와는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미국, 중국으로부터의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각각 166억 달러, 237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이 CPTPP에 가입하면, 원자재 난과 같은 고질적인 덫에서 어느 정도 빠져나올 길이 열린다. 수출시장도 이전보다 넓어져 전체 경제에 어느 정도 활력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농수산물 시장의 개방 확대에 따른 피해가 작지 않을 전망이라는데 있다. CPTPP는 일차 산업, 제조업 구분 없는 95% 이상 개발을 요구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가입 후 15년간 농림축산업에서 연간 최소 853억에서 최대 44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CPTPP 가입 추진계획」 의결 계획이 알려지자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들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CPTPP 가입 저지 집회를 열고 정부를 비판했다. 정부가 국내 경제 회복을 위해 농민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는 불만이 농민 사이에 팽배하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8일,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CPTPP에 대해 “이번 정부 내 가입을 신청하고, 다음 정부 가입 협상이라는 큰 틀에서, 추가적인 피해 지원 방안과 앞으로 실행계획 등을 최종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추가적인 피해 지원에 대한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22일까지 국회에 가입추진 계획을 보고한다는데, 국회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