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장태욱 편집국장

허향진 후보가 페이스북을 통해 10일 하루 일정을 공개했지만, 잠행에 들어가며 정치권이 술렁였다.
허향진 후보가 페이스북을 통해 10일 하루 일정을 공개했지만, 잠행에 들어가며 정치권이 술렁였다.

 

국민의힘 허향진 제주도지사 예비후보가 칩거 하루 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불거진 사퇴설을 일축하며 심기일전해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허향진 후보는 제주도지사 후보 정책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10일, 주관방송사인 KBS제주에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하면서 정치권이 온종일 술렁였다. KBS제주방송총국은 11일에 허향진 예비후보를 초청해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후보 한 명을 초청해 정책을 듣는 자리였기 때문에 후보로서는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그 중요한 일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10일 오후부터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잠행에 돌입했다.

선거 캠프로서는 대형 사고였다. 캠프 관계자들은 후보가 연락이 닿지 않자 애를 태웠다. 정치권에서는 허 예비후보가 최근 지지율이 기대에 못 미쳐 중도에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추측까지 일었다. 같은 당 지역구 도의원 후보는 물론이고, 비례대표 후보들까지도 근심 어린 눈으로 사태를 지켜봤다. 도지사 선거가 지방선거 전체 판세에 미치는 영항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 안팎의 우려와 달리 허 예비후보는 11일부터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동화 끈을 다시 조여 매고 민생 현장 속으로 더 깊숙이 다가겠다”고 약속했다.

10일 칩거는 대통령 선거 때부터 쉬지 않고 강행군을 펼쳤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된 탓이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출범한 사실을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제주에 찾아온 기회를 최대한 살려 담대한 제주의 새 시대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제주의 선거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현재 직면한 상황을 타개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전했다.

허 예비후보는 제2공항 건설, 신항만 건설,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 등을 언급하며 “ 심기일전해 도민 여러분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사에 당선되면 4년간 받는 월급 전액을 제주 지역사회에 그대로 환원하겠다고 약속하며, “운동화 끈을 다시 조여 매고 민생 현장 속으로 더 깊숙이 다가서겠다”고 말했다.

허향진 예비후보는 현재 녹록지 않은 선거 상황을 언급했다. 그게 칩거의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지지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선거 캠프 운영은 원활하지 못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하루에 소화해야 할 일정은 넘치고, 과제도 많은데 일손은 늘 부족했을 것이다. 평소에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던 인사 가운데 얼굴색을 바꿨을 이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도민은 물론이고 당원들의 표도 끌어 모으기 어렵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선거가 어려운데, 선거가 처음이니 어려움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허향진 후보가 “현재 직면한 상황을 타개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 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런 걸 한꺼번에 이루는 묘책이란 있을 리 없다. 굳이 말하자면, 당과 후보와 선거캠프가 원활하게 소통하며 유권자에게 신뢰를 얻는 것뿐이다. 어렵고 더디더라도 그게 정도다.

선거 승패에 연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 스포츠나 선거나 모든 승부에서 유권자나 관람자가 기대하는 것이다. 후보들이 최선을 다할 때 선거는 유권자에게 흥미로운 이벤트가 된다. 선거가 보는 이에게 감동을 주고, 후보와 정당이 다음 선거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유권자는 모든 후보가 최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그게 후보의 기본적인 자세이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건승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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